미래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이 급변하고 있다. 특히 자율주행은 친환경 전기차와 함께 미래 이동수단의 ‘블루오션’으로 꼽히면서 자동차 업계에 주목 받고 있다.
불과 10년 내 자동차산업이 '자율주행차(Autonomous drive car)'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란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미국의 전기차 회사인 테슬라 모터스가 자율주행 솔루션인 '오토파일럿(Auto Pilot)' 무료체험 프로그램을 내놓으면서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발 빠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기존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앞다퉈 자율주행 기술개발에 속도를 내면서 다가올 미래 자동차시장에서의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각오다.
실제 시장조사기관인 내비건트 리서치에 따르면 오는 2020년 자율주행차 시장 규모는 8000대에 불과하지만 연평균 성장률은 85%에 달한다. 2035년에는 출시 15년만에 전체 차량 판매의 75%를 자율주행차가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도 올해 13대 산업엔진 중 하나로 자율주행차를 선정하고 산업통상자원부, 미래창조과학부, 국토교통부가 공동으로 추진단을 구성했다.
자동차 업체들 중에서는 현대·기아차(000270)그룹이 자율주행 기술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현대모비스(012330)는 최근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을 위해 독일 부품업체인 콘티넨탈 출신 데이비드 애그뉴와 TRW 출신 스티브 에드워드를 각각 북미와 유럽연구소 선행 기술부문 이사로 선임했다.
현대모비스의 잇따른 인재영입은 자율주행 기술 확보에 회사의 미래가 달렸다는 판단 때문이다.
현대모비스는 최근 차간거리 유지, 차선 유지 등 ‘첨단운전자지원기술(DAS·Driver Assistance System)’을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지만, 콘티넨탈·보쉬 등 글로벌 자동차 부품사와 비교하면 여전히 3~4년 뒤처져 있다는 평가다.
21일 한국자동차미래연구소는 국회의원회관에서 제2세미나실에서 '자율주행차 사고 책임에 관한 법률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김영택 기자
우리나라의 경우 자율주행에 필요한 ‘핵심기술’이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센서나 카메라, 디스플레이 등 주변상황을 인식할 수 있는 ‘라이다(LIDAR) 기술’이 전무하다. 이르면 오는 2018년쯤에나 원천기술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자율주행은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주행할 수 있도록 수많은 도로환경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수집하고, 이를 통해 복잡한 알고리즘을 분석해 자동차에 제공해줘야 한다.
IT기술을 응용해 자율주행차에 접목해야 하는데, 간단한 부분이 아니다. 다시 말해 자동차업계와 비자동차업계가 따로 논다는 얘기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는 “자율주행차 개발에 있어 자동차와 IT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정부가 앞장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정부가 규제 논리에 얽매여 정책 지원이 제때 이뤄지지 않은 점도 자율주행 원천기술 부족에 한 몫 했다. 정부는 뒤늦게 올 초부터 경부선 등 일반도로에서 자율주행 실험이 일부 허용한 수준이다.
앞서 미국은 지난 2013년부터 캘리포니아 등 5개 주에서 자율주행 실험 면허를 발급해 기술개발을 지원했고, 일본 역시 같은 해 나고야에서 실험을 시작해 오는 2020년 하계올림픽에 맞춰 자율주행 택시를 제공하겠다는 방침이다.
김정하 국민대학교 자동차융합대학장은 “우리나라의 자율주행차 기술이 선진국에 비해 다소 출발이 늦었지만, 발 빠르게 국제 흐름을 쫓고 있다”면서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위한 사회적 규제와 법제화 문제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역시 "기획재정부에서 자율주행차 관련 담당 부처에 연구·개발(R&D) 예산을 대폭 지원하고 있다"면서 "그런데도 관련 법규가 미비한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