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국가 경제를 지탱하던 조선과 철강 등 전통적 굴뚝산업이 추락하고 있다. 조선, 철강, 석유화학 산업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불황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자동차와 전기전자, 반도체까지 심상찮은 분위기다. 국내 제조업이 ‘실적 절벽’에 부딪혔다는 얘기가 곳곳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1만t급 초대형 블록을 육상에서 제작해 독(Dock)으로 옮겨 선체 조립을 진행하는 신공법 '테라공법'을 적용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6일 오전 현대중공업(009540)은 올해 1분기 매출액 10조2728억원, 영업이익 3252억원을 달성해 10분기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고 공시했다.
1분기 조선을 비롯해 엔진기계와 전기전자 부문이 이익을 기록했고, 현대오일뱅크의 정제마진 개선이 흑자전환 하면서 해양과 육상 플랜트 부문의 적자를 상쇄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문제는 심각하다. 올 연말이 되면 해양생산설비 13개 프로젝트 가운데, 7개가 인도된다는 점이다.
부실 프로젝트를 해소할 수 있어 수익성 개선은 가능하나, 수주 잔량이 동나면서 매출은 크게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또 조업 잔량이 줄면서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할 판이다. 한마디로 산업 성장이 멈추면서 ‘제로 세팅’ 된다는 얘기다.
그나마 현대중공업은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와 선제적 구조조정으로 사정이 나은 편이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등 다른 조선사들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향후 전망도 그다지 밝지 않다. 업황 회복이 불투명하고, 수주 물량도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여기에 실적부진의 주요인으로 꼽히는 조선사간 ‘저가 수주’ 문제도 근본적인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이날 실적을 발표한 현대차(005380) 역시 올해 1분기 매출액 22조3510억원, 영업이익 1조3420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6.7%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무려 15.5% 감소했다. 이는 출하량 감소와 신흥국 판매 부진이 겹쳤기 때문이다.
다행히 원화 약세로 인한 환율효과 덕분에 더 큰 실적 하락폭을 막는데 완충 작용을 했다는 판단이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 역시 매출액 3조6560억원, 영업이익 56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4%, 65% 줄었다.
업계는 메모리 가격 하락과 IT제품 수요 부진에 따른 출하량 감소로 SK하이닉스의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절반 이상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그나마 석유·화학의 경우 저유가 호재 덕분에 소폭 실적개선이 점쳐지고 있다.
한 구조조정 전문가는 “중후장대 업종은 지난 몇 년간 후발주자인 중국의 추격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면서 “지금이라도 인력 및 조직을 슬림화하고, 비주력 사업은 구조조정을 통해 몸집을 가볍게 체질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