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기자] 조선·해운업종 등을 대상으로 정부가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임종룡 금융위원장 주재로 지난 26일 열린 ‘제3차 산업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 협의체’ 회의 결과를 두고 야권과 노동계에서 비판이 일고 있다. 인력 감축에 수반되는 실업대책이 미진하다는 이유에서다.
정치권에서도 일부 업종의 구조조정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조선업종 노동조합 관계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여러분들의 반대는 구조조정 자체에 대한 반대라기보다는 올바른 해법이 나와야 한다는 문제 제기로 받아들인다.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이미 지난 22일 “(구조조정에 대해 정부와) 협력할 것은 협력할 자세”라며 야당발 구조조정 논의에 불을 지폈다.
그러나 구조조정 과정에서 수반되는 실업대책이 미진하다는 점에서는 야당의 반발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전날 구조조정 업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해 근로자 고용유지지원금·재취업서비스 등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지원 대책은 내놓지 못했다. 더민주 진영 의원은 “어제 정부 발표에는 조선업과 해운업 사태에 대한 원인 규명과 정부 실패에 대한 반성, 특단의 대책이 없었다”며 “경제 전반에 대한 명확한 청사진도 없이 모호함만 커졌다”고 비판했다.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하는 컨트롤타워도 없는 상황에서 대규모 감원에만 초점이 맞춰질 경우 대량 실직사태 이후에 생기는 혼란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의당과의 간담회에 참석한 김상구 전국금속노조 위원장은 “지난 2012년부터 조선산업 발전전략위원회 구성과 중소 조선소 지원대책 등을 요구해왔지만 이를 무시하고 이제 와서 모든 책임이 노동자에게 있는 것처럼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심 대표는 “과거 구조조정 과정을 돌이켜보면 노동자들은 가혹할 만큼 엄청난 고통을 수반했던 반면 책임있는 당사자에게는 자비롭게 진행된 과정이 있었다”며 “구조조정이 자비로울 수는 없지만 최소한의 정의는 보장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구조조정 과정에서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들의 생계안정과 재취업 지원을 위해 이른바 ‘노동 4법’의 국회 통과를 집요하게 주장하는 데 대해서도 더민주와 정의당에서는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노동자 파견 확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파견근로자 보호에 관한 법률(파견법) 등의 통과를 실업대책으로 연관짓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파견법이 통과될 경우 오히려 비정규직 양산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상황이다.
더민주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번 총선을 통해 노동 4법에 대한 국민적 반대가 확인된 것”이라고 못 박았다.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출신인 은수미 의원도 “구조조정 과정에서 책임이 없는 하청노동자부터 해고될 것이 뻔한 상황에서 6개월, 1년씩 반복적으로 고용되도록 하는 파견법이 '1석 4조' 대책이라는 말을 한다”며 “대통령이 말장난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날 박근혜 대통령은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오찬간담회에서 “파견법은 구인난에 허덕이는 중소기업에도 도움이 되는 등 1석 4조의 효과가 있으며, 9만여개의 일자리가 생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가 27일 민주노총 금속노조 조선업종 구조조정 대응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상구 금속노조 위원장.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