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에 수장 바꾼 '삼성D'…대형 OLED로 반등 노리나

중국과 차별화 위해 OLED 경쟁력 필수…삼성D, WOLED 등 신 공정 연구

입력 : 2016-05-01 오후 1:34:00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현준기자] 1분기 실적 부진 탓에 수장까지 바꾼 삼성디스플레이가 대형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생산에 나서 실적 반등을 노릴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분기에 2014년 1분기(-800만원)이후 2년만에 27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삼성디스플레이는 실적 발표 다음날인 지난달 29일 수장도 전격 교체했다. 삼성전자의 대표이사와 DS(반도체 부품) 부문을 맡고 있는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디스플레이 사장도 겸직한다.
 
실적저하로 인한 문책성 인사…LCD 공정전환으로 인한 수율 저하 '원인'
 
문책성 성향이 짙은 이번 인사는 LCD(액정표시장치) 공정을 전환하는 과정에서 나온 수율 저하가 주요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LCD의 두께를 줄이기 위해 기존 5㎜이던 LCD 패널 두께를 4㎜로 줄이고 여러 단계의 공정을 단순화하는 과정에서 수율이 저하됐다. 기존에 LCD를 생산하면서 90% 이상의 수율이 나왔지만 이번에 공정을 전환하며 60~70% 수준으로 저하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디스플레이도 지난달 28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OLED는 판매량이 늘어 실적이 개선됐다"며 "하지만 LCD는 TV 신공정 적용에 따른 일시적 수율 저하로 실적이 악화됐다"고 밝혔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적자를 본 반면 LG디스플레이(034220)는 395억원의 이익을 냈다. LCD 공급과잉에 따른 판가하락이라는 같은 시장 상황에 직면하며 양사 모두 실적이 하락했지만 LG디스플레이는 1000억원대의 적자를 낼 것이란 시장 전망을 뒤집고 이익을 낸 것이다. LG디스플레이는 "가격 하락폭이 컸던 30인치 이하의 TV용 패널 비중을 줄이고 40인치대와 60인치 이상의 TV패널 비중을 확대했다"며 " M+, UHD 등 프리미엄 제품 비중도 늘리며 수익성을 높이는데 주력했다"고 밝혔다. 
 
삼성D, OLED 공법 연구중…기술 난제·LGD 특허 걸림돌
 
삼성디스플레이가 인사철이 아닌 시기에 사장까지 교체하면서 실적 반등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보인 가운데 자연히 관심은 대형 OLED로 쏠린다. 이제껏 OLED는 스마트폰 등에 들어가는 중소형 제품에 집중했던 삼성디스플레이가 차세대 성장동력 마련을 위해 대형 OLED 시장에 뛰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대형 OLED 양산에 본격 나서려고 해도 기술 방식이 걸림돌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OLED 생산에 적·녹·청(RGB) 방식을 사용하는 반면 LG디스플레이는 '화이트 OLED'(WOLED) 방식을 적용한다. OLED는 패널 속 유기 물질들이 직접 여러 가지 색의 빛을 내는 반면 LCD는 백라이트가 빛을 쏴주면 셀로판지 역할을 하는 컬러 필터를 통해 다양한 색을 표현한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사용하는 RGB 방식은 전형적인 OLED 생산 방식으로, 색이 풍부하고 반응 속도가 빠른 OLED의 장점을 보유한 반면 대형화가 어렵다는 단점을 안고 있다. 반면 LG디스플레이의 WOLED 방식은 OLED에 LCD 방식을 접목한 기술로, 기존 LCD의 백라이트 대신 화이트 OLED를 사용해 컬러 필터를 통해 다양한 색의 빛을 표현한다. 색 표현에 있어 전통적인 OLED보다 뒤진다는 단점이 있지만 대형화에 한결 수월하다는 장점이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고민은 여기서 시작된다. 기존의 RGB 방식을 고수하며 대형화에 나서자니 기술적 어려움이 따르고, LG디스플레이의 WOLED 방식으로 전환하자니 각종 특허가 발목을 잡는다. LG디스플레이가 WOLED 방식과 관련된 상당수의 특허를 확보하고 있어 이 특허들을 피해 제품을 개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LG디스플레이의 WOLED 방식을 포함한 다양한 OLED 방식을 연구 중이다. WOLED 방식은 대형 디스플레이 생산에 있어 수율이 높지만 RGB 방식에 비해 소재가 많이 들어간다. 이에 삼성디스플레이는 투입되는 소재를 줄이기 위해 미국 플렉서블 OLED 장비업체인 카티바와 함께 잉크젯 프린팅 방식 등 다양한 방법을 모색 중이다. 이처럼 대형 OLED 패널 생산이 더뎌지면서 자연히 삼성전자도 OLED TV는 내놓지 못한 채 퀀텀닷(양자점) TV에 힘을 쏟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WOLED 방식을 채택하는 것에 대해 LG도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다"며 "대형 OLED 시장을 키우기 위해 삼성같은 대형 제조사의 참여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이 LCD 시장에서 한국을 추격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OLED 기술력을 키우고 시장을 확장하는데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의 동참도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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