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나먼 산재 예방)하루 5명씩 산재로 숨져…사망사고 43%는 후진국형 재해

"아직도 안전에 소요되는 비용을 손실로 인식"

입력 : 2016-05-03 오전 11:03:14
[뉴스토마토 김지영기자]지난 2월29일 경남삼도 김해시 나전일반산업단지 조성사업 공사현장에서 보강토 옹벽의 일부(약 160㎡)가 무너지면서 보강토 옹벽 상부에서 철거작업 중이던 건설노동자 4명이 보강토 블록과 토사에 매몰됐다. 이 사고로 3명이 숨지고 1명이 중상을 입었다. 같은 날 인천시 부평구의 한 물류센터 작업장에서는 2톤 전동지게차 후면의 컨트롤 기판을 정비 하던 노동자가 갑자기 후진한 지게차와 벽면 사이에 끼이면서 숨지는 일도 있었다.
 
한 달 뒤인 3월29일에는 서울시 강서구 마곡지구 업무용지 C1-5블럭 근린생활시설 및 업무시설 신축공사현장에서 발생한 화재사고로 인해 총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당시 지하1층 현장에서 용접작업 중 불꽃이 단열재(우레탄)에 튀어 발화했고, 이 불은 지하로 연결된 다른 건설공사현장으로 옮겨 붙었다. 결국 17명이 연기 등에 질식돼 2명이 숨지고 15명이 경상을 입었다.
 
우리나라의 산업재해자 수는 2013년 9만1824명에서 2014년 9만909명, 지난해 9만129명으로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다. 그러나 건설업과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을 중심으로 안전수칙 미준수와 관리감독 소홀 등에 따른 후진국형 재해는 끊이지 않고 있다.
 
세계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인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4.28 산재사망 추모 건강한 노동, 안전한 사회 민주노총 투쟁 결의대회'를 마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재해자 수와 사고사망자 수는 각각 9만129명, 955명으로 1년 전보다 780명, 37명 줄었으나 사망재해 발생 빈도가 가장 높은 건설업의 경우 재해자 수는 1463명, 사망자 수는 3명 각각 늘었다. 특히 건설업의 지난해 사고사망자 수는 437명으로 제조업의 2배, 서비스업의 3배에 달했다. 올해에도 건설경기 활성화가 지속되면서 재해자가 증가 추세에 있다. 안전보건공단의 추락재해 예방 기술지원 등 유관기관의 산재 예방활동에도 불구하고 잠정 집계된 올해 1분기 산재 통계에서 산업재해자와 사망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모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장 규모별로는 전체 재해의 81.6%(7만3549명)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했다. 50인 미만 사업장의 재해 점유율은 2006년(73.5%)에서 2011년(82.4%)까지 매년 증가하다가 2012년부터 감소세로 돌아섰으나, 지난해 81.6%(+0.6%포인트)로 다시 증가했다. 재해 유형별로는 넘어짐(1만5632명·17.3%), 떨어짐(1만4126명·15.7%), 끼임(1만3467명·14.9%), 절단·베임·찔림(8743명·9.7%), 업무상 질병(7919명·8.8%) 순으로 재해자 수가 많았다.
 
일평균으로는 매일 240명이 재해를 입고 5명이 목숨을 잃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산업재해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64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 재해자 수는 460만명이 넘고, 사망자는 8만9000여명에 이른다. 이는 지금까지 울산광역시 전체 인구의 4배쯤 되는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다치고, 울산 동구 전체 인구의 절반쯤 되는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는 의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산재사고 실태는 보다 심각해진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산업재해율(노동자 100명당 재해자 수 비율)과 사고사망만인율(노동자 1만명당 사고사망자 수 비율)은 각각 0.50%, 0.53?(만분율)였는데, 일본과 독일, 미국의 사고사망만인율은 각각 0.20?, 0.17?, 0.35?였다. 우리나라의 단위 인구당 산재 사망자 수가 선진국과 비교해 2~3배 가량 많다는 말이다.
 
특히 사고사망재해의 약 43%는 작업 전 안전점검을 소홀로 인한 후진국형 재해였다. 안전보건공단 관계자는 “한마디로 말하면 ‘안전이 중요하다’는 의식이 산업현장에 제대로 정착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아직도 많은 사업장에서 산업재해를 ‘운이 없어서’ 발생한다고 생각하거나 안전에 소요되는 비용을 ‘손실’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후진국형 산재사고의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 1월 경기도 소재 전자제품 제조업체에서 발생한 메일알코올 급성중독 사고다. 지난해 12월30일 A업체에서 일하던 ㄱ씨가 한쪽 눈의 시력을 잃은 것을 비롯해 올해 1월까지 제조업체 2곳에서 일하던 4명의 노동자가 시력이상, 시야결손 등의 증세를 보여 병원을 찾았다. 해당 사고는 알루미늄 절삭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기 위해 절삭용제로 사용되는 고농도의 메틸알코올 증기를 노동자가 흡입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위험한 공정·업무를 하청업체에 떠넘기는 ‘위험의 외주화’도 사고의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된다.
 
메틸알코올 사고 이후 고용노동부는 전국의 메틸알코올 취급업체 중 관리가 취약한 것으로 우려되는 사업장 3100여곳을 대상으로 화학물질 관련 안전보건관리실태 전반에 대한 일제점검을 실시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조치에도 불구하고 1개월 뒤 다른 휴대전화 부품업체에서 노동자 1명이 유사 증상으로 중환자실에 입원 중인 사실이 확인됐다.
 
안전보건공단 관계자는 “우리가 선진국과 안전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우리 사회의 안전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면서 “산업재해는 근로자와 사업주, 관계기관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공동의 문제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즉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사회 구성원 모두가 뜻을 모아야 한다는 말”이라고 강조했다.
 
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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