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다혜기자] 교육부가 최근 3년간 전국 25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대상으로 입학전형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대법관 등 전·현직 고위 법조인의 자녀를 포함해 총 24건의 입학 비리 사례가 적발됐다.
그러나 교육부는 자기소개서에 부모 스펙을 기재했다는 것만으로 합격 여부와의 인과 관계를 확인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입학취소 등 조치는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학생이 아닌 해당 대학에 경고, 문책 등 솜방망이 조치에 그치며 교육부는 이에 따른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교육부는 2일 이 같은 내용의 '로스쿨 입학전형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실태조사 대상은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3월까지 실시한 것으로 2014학년도부터 2016학년도까지 6000여건의 입학전형을 대상으로 했다.
조사 결과 자기소개서에 부모나 친인척의 신상을 기재한 사례가 총 24건 발견됐다. 이 중 부모나 친인척을 비교적 쉽게 추정하거나 특정할 수 있는 사례는 5건으로 확인됐다.
교육부는 로스쿨 입시전형 과정에서 응시자들이 부모나 친인척의 성명, 직장명 등 신분 등을 알리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5건 가운데 1건은 해당 로스쿨이 기재금지를 고지했음에도 기재해 규정 위반으로 부정행위 소지가 인정됐고 나머지 4건은 미고지로 인해 부정 행위로 인정되지 않았다.
적발된 24건 중 부모나 친인척의 성명이나 재직시기를 적진 않았지만 집안에 대법관, OO시의회 의원, OO청 공무원, 검사장, OO법원 판사 등을 지낸 사람이 있다고 적은 사례는 19건이었다.
19건 중 7건은 기재금지가 고지됐음에도 부모 등 신상을 기재해 로스쿨이 정한 전형요강을 지원자가 위반한 점이 인정됐다. 법조인 자녀 5명, 시의회의원 자녀 1명, 공무원 자녀 1명 등이다.
나머지 12건은 신상을 기재했지만 대학들이 기재금지 사항을 고지하지 않은 경우다. 로스쿨원장 1명, 법조인 자녀 8명, 공무원 3명 등이다. 지원자가 부모나 친인척의 신분 등을 법조인, 공무원 등으로 적었다고 해도 대학이 정한 로스쿨 전형절차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교육부의 설명이다.
교육부는 부정입학 대상자에 입학 취소 등 조치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애초에 자기소개서 기재 금지 내용 규정을 둔 대학 자체가 적은 데다 대학이 입시관리를 잘못한 책임을 학생에게 전가할 경우 법적 다툼이 불가피하다"면서 "또 로스쿨 입시에서 자기소개서 외에 법학적성시험(LEET) 등 여러 전형 요소가 활용되고 정성평가(서류심사, 면접)의 속성상 자기소개서 내용과 합격과의 인과 관계를 확인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교육부는 서울대 등 로스쿨을 설치·운영하는 대학 13곳에 대해 기관경고 및 법전원장 주의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이날 발표된 24건 가운데 기재금지가 고지됐음에도 불구하고 지원자의 부정행위 소지가 인정된(8건) 경북대·부산대·인하대·제주대·충남대·한양대 등 6개 대학에 입학전형의 공정성을 소홀히 한 사유로 기관 경고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향후 로스쿨 평가에도 이를 반영하며 해당 대학의 학생선발 책임자와 법전원장에게는 경고·주의 조치를 내리기로 했다.
기재금지를 고지하지 않은 경우(16건)에 해당되는 경희대·고려대·동아대·서울대·연세대·원광대·이화여대 등 7개 대학은 '입학전형 공정성 훼손 우려' 사유로 기관경고 및 법전원장 주의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부정행위 소지가 있는 기재 사례는 없지만 기재금지를 고지하지 않은 건국대·영남대·전북대 등 3개 대학에 대해서도 시정조치와 함께 해당 법전원장에게 주의 조치를 내리기로 했다.
교육부는 이달 중으로 각 대학 및 관계자에 대한 행정처분 계고 통지를 하고 청문 및 이의신청 절차를 거쳐 다음 달 중으로 최종 처분사항을 확정할 계획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제도적·절차적으로 공정성 및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선발제도 개선방안을 법전원과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에서 빠른 시일 내에 마련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재시한 로스쿨 자기소개서 부모 신상 기재 예시. 자료/교육부 제공
사법시험 준비생 50여명이 지난 달 21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로스쿨 입시 전수조사 결과 전면 공개와 교육부의 사시 폐지 입장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다혜 기자 snazzy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