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2조원 투자, 자율주행차 주도권은?

'완성차 VS IT' 2020년 상용화 목표로 주도권 다툼 치열

입력 : 2016-05-12 오전 10:35:29
[뉴스토마토 정기종기자] 1877년 최초의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차량 이후 100년이 넘는 세월동안 인류의 훌륭한 이동수단 역할을 해온 자동차가 패러다임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최근의 자동차산업은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안전은 물론, 편의까지 제공하는 스마트기기로의 진화를 꾀하고 있다. 그 중심에 선 것이 자율주행 자동차다.  
 
자율주행 자동차는 각종 센서와 제어시스템을 인공지능이 제어해 운전자 없이 운전이 가능한 자동차를 일컫는다. 운전자의 편의성은 물론, 운전미숙과 음주운전 등 운전자 과실로 인한 사고에서 피해를 막을수 있다는 점에서 자동차는 물론, 정보통신기술(IT) 업계도 차세대 먹거리로 낙점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균형이 중요한 자율주행 자동차 특성상 자동차 브랜드가 주도한다고 볼수는 없는 상황이다.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 보다 구글과 애플, 바이두 등 IT 기업들이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시장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 글로벌 IT기업 구글은 지난 2010년 일찌감치 자율주행차 개발 계획을 공식 발표하고 2014년 시제품을 공개했다. 상용화 수준은 아니었지만 각종 센서와 음파장비, 3D 카메라, 레이더 장비를 포함한 구글의 시제품은 실제 도로 주행이 가능한 수준이었다. 
 
구글 자동차개발 부문 책임자가 자율주행차 시제품 운전석 문을 열고있다. 사진/로이터
 
이후 IT업체 특유의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발에 박차를 가한 구글은 부품업체와 협업해 내년 양산형 자율주행차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자율주행차 운행을 위한 미국내 통합법규 마련을 목표로 구글과 포드 등 완성차 브랜드와 손잡고 자율주행연대를 결성하는 등 적극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자율주행차 부문 지주회사 알파벳을 이용해 피아트크라이슬러와 손잡고 이르면 올해말 자율주행 미니밴을 도로에 투입하겠다는 구체적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중국의 애플로 불리는 바이두 역시 최근 구글 출신 핵심 인력들을 영입한 데 이어 연구센터까지 설립하며 관련 기술 개발에 속도를 올리고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BMW 3시리즈를 이용한 자율중행 기술을 최초로 공개하며 30km를 주행하는 데 성공했다. 
 
이에 내연기관을 이용한 자동차로 산업을 주도해온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폭스바겐, 토요타, 현대차, GM 등 글로벌 자동차 시장을 주도 중인 정통 완성차 업체도 주도권 장악을 위한 차량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올해 설립 100주년을 맞은 BMW는 지난 3월 독일에서 열린 100주년 기념 행사를 통해 주행상태에 따라 차량 내·외관이 변하고 운전자의 주행 습관, 패턴을 학습해 최적화된 상태를 자동으로 구현하는 '비전 비히클 넥스트 100' 콘셉트 카를 통해 자율주행차 시대에 대한 대비 수준을 과시했다. 
 
BMW가 지난 3월 100주년 기념 행사를 통해 공개한 '비전 비히클 넥스트 100'. 주행상황에 따라 내외관이 변하고 운전자의 주행 패턴에 따라 안내사항을 제공하는 등의 기술을 탑재했다. 사진/BMW
 
지난 2013년 독일에서 100km 자율주행에 성공한 메르세데스-벤츠 역시 현대·기아차가 "벤츠 수준까지 자율주행기술을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할 만큼 고도화된 자동화 기술을 갖추고 있다. 
 
이밖에 일본 토요타와 닛산, 혼다 등 6개 자동차 브랜드들은 오는 2020년 일반도로 자율 주행을 목표로 공동 개발에 나섰고, 중국 역시 정부의 적극적 지원을 바탕으로 지난달 베이징 국제 모토쇼에 충칭에서 베이징까지 2000km를 주행해 도착한 창안자동차의 자율 주행차를 선보이는 등 빠르게 기술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중국 창안자동차의 자율주행차가 베이징 시내에서 시험주행을 하고있다. 사진/로이터
 
국내 현대·기아차는 오는 2020년 상용화를 목표로 기술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다소 늦게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2조원 이상의 개발비용을 투입해 글로벌 완성차 업체로는 최초로 자율주행차를 시판하겠다는 목표다. 
 
자율주행차가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와 대폭 변화된 이동수단인 만큼 각 국가별 제도 정비를 비롯한 인프라 구축이 선행돼야한다는 우려도 뒤따른다. 사고 발생시 책임을 누구에게 부과할 것인지 등에 대한 기준이 분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미국은 향후 10년간 40억달러(약 4조62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자율주행차 시험 주행을 지원한다. 뿐만 아니라 규제 완화는 물론, 필요한 경우 예외조항까지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입지 구축을 위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일본도 오는 2020년내 완전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위한 교통정보시스템 구축을 비롯해 23억2000억엔(약 251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민관 합동연구기관을 발족하는 등 잰걸음을 내고 있다. 
 
우리 정부 역시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위한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13대 산업엔진 중 하나로 자율주행차를 선정한 정부는 산업통상자원부, 미래창조과학부, 국토교통부가 공동으로 주진단을 구성해 상용화를 위한 기반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향후 5년간 총 사업비 1455억원이 투입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국내 역시 최근 자율주행기술 개발을 위한 투자를 시작했지만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인데다 일찌감치 관련 제도 구축을 시작한 국가들에 비해 이제 막 시작한 수준"이라며 "통합 콘트롤타워 부재 해결 등 시스템 정비를 통한 연구 시너지 효과 증대를 통해 선행 국가들을 부지런히 추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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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