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세계 영화인의 축제인 제69회 칸 국제영화제가 오는 11일부터 열리는 가운데 한국 영화 다섯 편이 칸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장편영화 중에는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 나홍진 감독의 '곡성',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이 칸의 부름을 받았다. 또 단편 영화로는 박영주 감독의 '1킬로그램', 윤재호 감독의 '히치하이커'가 초청됐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가 제69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올랐다. 사진/뉴시스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작품은 영화 '아가씨'다. 이 영화는 지난 2012년 임상수 감독의 '돈의 맛'과 홍상수 감독의 '다른 나라에서' 이후 한국영화로는 4년 만에 경쟁 부문에 올랐다. 한국영화 관객 수가 1년 동안 1억명 이상을 동원하는 중이지만 세계가 인정한 영화는 최근 4년 동안 없었다. 그런 가운데 박찬욱 감독이 이번 영화제에서 21편만 초청되는 경쟁 부문에 이름을 올리며 한국영화의 자존심을 지켰다.
'아가씨'는 1930년대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게 된 귀족 아가씨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박찬욱 감독은 칸 영화제와 깊은 인연이 있어 '깐느 박'으로도 불린다. 지난 2003년 영화 '올드보이'로 2등상에 해당하는 심사위원 대상(그랑프리)을 수상했으며, 2009년에는 '박쥐'로도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아가씨'는 경쟁부문 2회 수상이라는 이력이 있는 박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황금종려상 수상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박찬욱 감독은 "이 영화는 상당히 명쾌한 작품이다. 모호하고 찜찜한 구석을 좋아하는 칸 심사위원들이 경쟁 부문에 초청할 줄 몰랐다. 그들이 어떻게 봐줄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아가씨'가 작품과 관련된 상을 받지 못할지라도, 김민희를 비롯한 배우들 중 한 명은 수상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그만큼 영화 자체가 독특하고 캐릭터 전반이 신선하며 연기도 출중했다는 후문이다. 박찬욱 감독은 "'아가씨'의 모든 배우들이 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나홍진 감독의 신작 '곡성' 스틸컷.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오는 11일 국내 개봉하는 '곡성'은 비경쟁부문에 초청됐다. 비경쟁부문은 예술성은 물론 상업성, 장르적 특성이 강한 작품을 엄선하며, 약 8편 정도만 초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홍진 감독은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 이어 한국영화 사상 두 번째로 초청됐다. '추격자'(2007)가 미드나잇 프로젝션, '황해'(2010)가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된 바 있는 나 감독은 연출작 세 편 모두 칸에 초청받는 기염을 토했다.
'돼지의 왕'(2011) 등 애니메이션을 주로 만들어온 연상호 감독의 첫 실사영화 '부산행'은 흥행성과 작품성을 겸비한 작품이 주로 선정되는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됐다. 앞서 연 감독은 '돼지의 왕'으로 감독 주간에 초청된 바 있다. '부산행'은 이상한 바이러스가 대한민국을 뒤덮은 재난 상황 속 서울역을 출발한 부산행 KTX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박영주 감독의 '1킬로그램'은 단편 경쟁인 시네파운데이션 부문에 초청됐다. 소설가 편혜영 작품집 '밤이 지나간다'에 수록된 '해물 1킬로그램'을 원작으로 한다. 우리사회의 탈북자를 보는 시선과 교감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윤재호 감독의 '히치하이커'는 단편 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연상호 감독의 첫 실사영화 '부산행' 스틸컷. 사진/NEW
한국영화는 1984년 이두용 감독의 '여인 잔혹사, 물레야 물레야'가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진출하며 칸과 첫 인연을 맺었다. 이후 2000년에 들어서야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으로 첫 경쟁 부문에 진출했으며 2년 뒤임 감독이 '취화선'으로 감독상을 받았다. 아울러 박찬욱 감독이 '칸의 총아'가 됐으며, 2007년에는 배우 전도연이 '밀양'을 통해 '칸의 여왕'으로 우뚝 섰고, 2011년 이창동 감독의 '시'가 각본상을 받는 등 칸에서 한국영화의 존재감은 뚜렷했다. 하지만 그 이후로 한국영화가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서 수상을 받은 기록은 없다. 4년 만에 경쟁 부문에 오른 '아가씨'를 비롯해 호평이 쏟아지고 있는 '곡성'과 '부산행' 등이 세계 영화인들 사이에서 어떤 성과를 거둘지 주목된다.
함상범 기자 sbrai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