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기자] 여소야대로 지형이 바뀐 20대 국회 출범을 앞두고 재계가 법인세 인상론을 사전에 차단하고 나섰다.
대한상공회의소는 9일 경제전문가(학계·연구계 등) 50여명을 대상으로 한 ‘경제현안에 대한 전문가 의견 조사’ 결과를 내놨다. 이에 따르면, 전문가의 72.0%는 ‘법인세 현 수준 유지’를 주장했고, 고용과 투자 확대를 위해 세계적인 인하경쟁에 합류해야 한다는 ‘인하론’도 12.0%에 달했다.
전문가의 16.0%는 법인세 인상론에 무게를 뒀다. 다만 이조차 “증세는 장기적으로 필수불가결하다"는 당위론적으로 장기적 관점의 접근이다. 또 "경제계도 정치적으로 설득력을 높이려면 법인세 인상을 패키지에 넣어야 한다”는 전략적 조언의 성격도 짙다.
향후 한국경제의 전망은 ‘하락세’가 주를 이뤘다. 올해 성장률을 어떻게 보는가를 묻는 질문에 전문가들의 76.9%는 ‘2% 후반’이라고 응답했다. 또 5년 후 연평균 성장률을 묻는 질문에 전문가들은 '2% 후반'(42.3%), '2% 초반'(42.3%)을 집중적으로 선택했다. 지금보다 성장세가 더 떨어진다는 얘기다.
성장률 하락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9가지 글로벌 리스크를 꼽았다. 중국 경기둔화 및 금융시장 불안(88.9%), 미국 금리인상(40.7%), 중남미 등 신흥국 불안(51.9%), 북한 리스크(25.9%), 원유 및 원자재가 변동(22.2%), 일본 경기침체(14.8%), 미국 대선 정국(7.4%), 브렉시트 등 EU경제 불안(3.7%), IS 분쟁(3.7%) 등이었다(복수응답).
3년 후 중국의 성장률을 묻는 질문에 ‘6% 내외’라는 응답이 57.7%로 가장 많았고 ‘5.5% 내외’를 꼽은 이도 19.2%에 이르렀다. 또 미국이 정책금리를 얼마나 올릴 것 같은지 묻는 질문에 전문가들의 76.9%가 '0.25%p'(46.2%) 또는 '0.5%p'(30.7%)를 전망했다.
일본의 경기전망에 대해서는 84.6%가 ‘장기적 침체로 이어질 것’이라고 답했다. 잃어버린 20년이 아닌 30년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국제유가는 올해도 저유가 기조가 지속될 것이라는 데 61.5%의 전문가가 동의했고, ‘반등할 것’이라는 응답자는 23.1%에 불과했다.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해 전문가들은 성장 기여도가 적은 수출보다는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성태 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서비스산업 활성화로 내수시장을 키워 리스크를 분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소영 서울대 교수는 “수출경쟁이 아닌 해외투자협력에서 물꼬를 터야 한다”며 대외활로 다양화를 조언했다.
내수활성화 과제에 대해서는 전문가의 27.4%가 ‘해외보다 경쟁력 있는 서비스산업 발전’을 꼽았고, 이어 ‘소득수준 향상’(21.0%), ‘가계부채 해소’(16.1%) 등 소비자의 지갑을 든든히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입을 모았다. 송의영 서강대 교수는 “서비스산업발전 방안에는 사회복지서비스업 활성화도 포함돼야 한다”며 “소득양극화 완화뿐만 아니라 내수자극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저소득층은 소득발생에 대한 추가적인 소비(한계소비성향)가 고소득층보다 높아 내수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외에도 전문가들은 관광, IT기반 네트워크, 의료 등이 유망하다고 조언했다.
현재 복지지출 수준을 묻는 질문에 ‘부족하다’는 응답이 40.0%로 가장 많았고, 이어 '적당하다'(32.0%), '과도하다'(28.0%) 순이었다. 현재 정부지출 수준에 대해서는 ‘적당하다’는 응답이 46.2%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추경이 필요하다’(26.9%), ‘줄여야 한다’(19.2%) 순으로 응답했다.
20대 국회 출범을 앞두고, 경제 전문가들은 그 어느 때보다 팀플레이가 중요한 시기라고 입을 모았다. 국회에 대해서는 “경제문제에 대해서는 당파·계파의 이해를 떠나 장기적 관점에서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정지만 상명대 교수). 정부에는 “포퓰리즘 유혹을 경계하고 국가를 위해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고(조준모 성균관대 교수), 기업에는 “노사가 협심해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면서 노동유연화 정책에 협조할 것”을 당부했다(송의영 서강대 교수).
가장 통과가 시급한 법안으로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65.4%로 가장 많이 꼽혔고, 다음으로 노동개혁관련법(19.2%), 규제프리존특별법(7.7%), 행정규제기본법(7.7%) 순이었다.
출처 / 대한상의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