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옥시'에 화들짝…불붙은 경제민주화

여야, 옥시 사태 해결 '한목소리'…징벌적손해배상제 등 입법 움직임 구체화

입력 : 2016-05-09 오후 3:38:31
[뉴스토마토 이재영기자] 재계의 긴장감이 높아졌다. 여소야대로 국회 지형이 뒤바뀌면서 경제민주화 등 경제계 압박은 일찍이 예견됐다. 여기에다 예상치 못한 '옥시'(가습기살균제 피해사건) 사태의 재점화로 징벌적손해배상제 도입 등 민감한 사안들이 입법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각 그룹들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은 9일 옥시 사태를 이달 말 개원하는 20대 국회의 최우선 논의 과제로 정하고 주도권을 행사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더민주는 이날 국회에서 가습기살균제대책특위 1차 회의를 여는가 하면, 전날에는 서영교 의원이 환경운동연합·가습기살균피해자모임·참여연대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2014년 2월 대표발의한 소비자집단소송법 제정안과, 징벌적손해배상제도 관련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이번 총선에서 참패한 새누리당은 전날 정진석 원내대표 취임 이후 첫 당정협의에서 진상조사와 청문회, 특별법 제정 등 필요한 모든 조치를 강구하기로 했다. 국민의당은 옥시·어버이연합·정운호게이트를 3대 현안으로 설정하고 당력을 모으기로 했다.
 
여야를 가리지 않는 국회의 날선 움직임에 옥시 등 가습기살균제 제조사와 롯데마트 등 유통사, 원료 제조사인 SK케미칼 등 이번 사태에 직간접 책임이 있는 당사자들은 이미 비상체제로 전환했다. 한 관계자는 "그룹과 긴밀히 보조를 맞추고 있지만 어디까지 사태가 전개될 지 모르겠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성난 여론도 부담이다. 옥시 불매운동 등 시민단체 움직임도 가속화됐다.
 
재계는 숨죽이며 불똥이 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소비자집단소송법과 징벌적손해배상제 등 옥시 사태로부터 촉발된 입법 움직임이 법인세 인상, 청년고용할당제 민간 확대, 순환출자 해소,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등 전 방위로 확산될까 우려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경제민주화의 상징성을 갖고 있는 김종인 더민주 대표의 존재도 부담이다. 옥시 청문회가 사실상 여야 간 합의되면서 향후 각종 현안마다 총수가 불려다닐 것도 걱정해야 한다. 앞서 제기된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어버이연합 지원 등도 재계로서는 부메랑이 될 수 있는 휘발성 높은 이슈다.
 
재계 고위관계자는 "정국 주도권이 야권으로 넘어간 상황에서 새누리당마저 여론 눈치를 살피고 있다"며 "재계가 20대 국회의 첫 타깃이 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그룹사마다 대관력을 총동원해 국회 움직임을 면밀히 살피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가뜩이나 실적 악화로 어려운 상황에서 경제민주화를 빙자한 각종 규제들이 도입될 경우 기업들의 어려움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실제 정책 현안과 직접적 연관이 있는 몇몇 주요 그룹들은 대관 인력을 충원하는 등 대관 조직체계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그룹 관계자는 "대관 쪽에 비상이 걸렸다"며 "전에는 정부 시책만 신경 쓰면 별 문제가 없었는데 이제는 이쪽저쪽 요구에 다 대응해야 한다. 대관업무가 훨씬 바빠지고 활동폭이 커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그룹 관계자는 "부처에서 국회로 무게중심이 확실히 이동했다"며 "상임위 내 야당 의원들이 많아 정부·여당과의 의견조율이 쉽지 않고 야당 간의 목소리도 서로 다를 테니 그룹내 대관인력을 늘려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들의 반발도 구체화됐다. 대한상의는 이날 경제 전문가 50여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이들 중 84%가 법인세 인상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법인세 인상이 기업들의 투자 및 고용 위축으로 이어져 경기침체를 장기화시킬 수 있다는 논리다. 또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상임부회장은 앞서 4월 경총포럼 인사말을 통해 "청년고용할당제는 우리경제에 독"이라며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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