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국경이 사라지는 투자

입력 : 2016-05-13 오전 6:00:00
현재 글로벌 경제상황을 보면 회복강도(Strength)가 약할 뿐더러, 수준(Level) 역시 시장과 투자자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 하고 있다. 이러한 경제상황은 시장과 투자자들로 하여금 경기가 오히려 더 악화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우려를 낳게 한다. 물론 세계 주요국의 경기 상황이 각각 달라 현재 수준에서의 획일적인 평가는 어렵다. 다만 수년 동안 글로벌 경제회복을 이끈 것이 미국이고, 달러로 대표되는 미국 통화정책 기조가 글로벌 금융 투자환경의 기준이라는 점에서 미국 경제에 대한 평가는 중요하다. 사실 미국의 금리인상 자체에 주목하다 보면 투자판단이 어려워질 수 있다. 그러나 오랫동안 지속된 제로금리와 풍부한 달러 공급에 취해 정책기조의 변화를 무조건 악재라고 받아들이는 것은 미국 경제의 진면목을 보지 못한 것과 같을 수 있다.
 
미국 주요지수가 저점을 형성했던 금년 2월 미국 국채의 장, 단기 스프레드는 지난 2012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한 이후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다. 만약 경기전망이 추가적으로 악화된다고 보았다면 미국의 금리 인상 시나리오와는 달리 장, 단기 스프레드는 더욱 축소되었을 것이다. 결국 시장은 미국경제 성장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심리 변화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경기저점 통과 기대를 미국에 한정 지을 필요는 없다. 물론, 유럽과 일본에 대해서는 투자자의 의문이 생기고 있는 것은 맞다. 그리고 이들 시장의 회복이 더딘 것은 과연 마이너스 금리 도입 등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확장적인 통화정책의 효과가 실재하는지, 만약 경기회복을 확인할 수 없다면 또 어떤 정책을 제시할 수 있는지가 의문시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의문으로 반사이득을 보게 된 것은 바로 ‘신흥국 금융시장과 상품시장’이다.
 
물론 신흥국 경제에 대해 과거 10년전과 같은 성장을 낙관하지는 않는다. 신흥국 보다 안전한 투자처인 선진국 투자가 주류인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수년간 지속된 선진국 투자자산의 만족스러운 성과로 인해 신흥국을 외면한 것은 작년까지의 상황이다. 지난 2월 이후 국내시장을 포함하여 신흥국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이런 변화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시장이 신흥국 주식시장의 ‘희망’을 발견했다기 보다 선진국 시장의 ‘걱정’을 느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제 국내로 눈을 돌려보자. 광공업지수, 경기전망 CSI 같은 선행지표가 일부 회복되고, 그 동안 수요부진으로 하락하던 제조업 가동률이 상승하는 등 국내 경제 지표들도 부분적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 역시 외국인 매수를 바탕으로 경기 민감주 중심으로 상승하며 코스피 2,000포인트를 회복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정부가 추진하는 한계산업 및 기업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며 투자자들의 셈법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물론 산업 경쟁력 회복을 위한 구조조정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그러나 중, 장기적으로 진행되는 산업과 기업의 체질 강화 과정에는 고통이 따르고 이 과정에서 시장 리스크 확대가 수반된다. 이 과정에서 위험자산보다는 안전자산이 선호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 그러나 투자자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기대치에 한참 못 미치는 1% 대 안전자산인 예금이 과연 최적의 투자대안인가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하다.
 
해외 시장의 흐름을 보자. 글로벌 시장에서 작년 하반기 이후 경기 모멘텀 약화를 의식해 신흥국 주식 등 위험자산 투자를 기피했다면, 거꾸로 모멘텀이 회복할 경우 위험자산 투자를 다시 재개해야 하는 것인지 궁금해진다. 전망이 과거와 같다면, 역시 달러 표시 미국 대표 기업 주식을 사들이는 것이 가장 탁월한 선택이 될 수 있다. 그런데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금년 초 미국 대표 기업의 부진을 확인한 데 이어 여전히 실적 둔화의 그림자를 지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과 신흥국 모두 경기 모멘텀이 둔화된 후 경기가 저점을 통과하여 회복구간에 진입한다면, 모멘텀 ‘강도(强度)’가 큰 신흥국이 투자매력으로 부상할 수 있다. 즉 선진국은 선진국대로 신흥국은 신흥국대로 현재 시점에서 나름의 투자논리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수년째 정체된 박스권 시장에서, 더구나 산업의 구조조정이 임박한 시장 리스크를 감내하며 국내 투자 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세계는 넓고 투자상품도 그만큼 많다. 국경이 사라지는 투자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김영준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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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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