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생명보험 계약자가 사망 시 약관에 따라 재해보장에 따른 보험금도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12일 A씨의 상속인 B씨 등이 교보생명을 상대로 낸 보험금 소송에 대한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며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특약에는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아니하나, 책임개시일부터 2년이 경과한 후 자살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내용의 약관조항이 있다"며 "이 약관조항은 고의에 의한 자살은 원칙으로 우발성이 결여돼 특약에 정한 보험사고인 재해에 해당하지 않지만, 예외적으로 책임개시일부터 2년이 경과된 후에 자살한 경우에 해당하면 이를 보험사고에 포함해 보험금 지급사유로 본다"고 설명했다.
A씨는 지난 2004년 8월16일 교보생명과 피보험자를 망인으로, 사망 시 수익자를 상속인으로 하는 무배당 교보베스트플랜CI 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별도로 재해보장특약도 추가했다. 이 계약으로 피보험자 사망 시 지급되는 보험금은 주계약상 7069만 원이고, 재해사망에 해당하면 특약까지 적용된 1억2069만원이었다.
이 보험계약의 주계약의 약관 제13조에는 책임개시일은 보험계약자가 제1회 보험료를 지급한 때부터 개시되는 것으로 돼 있으며, A씨는 계약 체결일 무렵 제1회 보험료를 냈다. 이후 A씨는 2012년 2월21일 충북 옥천군 옥천읍 경부선 철도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씨의 부모로 상속인인 B씨 등은 교보생명이 주계약상 보험금에서 A씨의 대출 원리금과 소득세 등을 공제한 5987만원만을 지급하자 특약까지 적용한 사망보험금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이 사건 특약 중 약관에 기재된 '2년 후 자살' 규정은 고의로 자살한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으나, 다만 정신질환상태에서 자신을 해쳤거나 고의로 자살한 경우더라도 책임개시일로부터 2년이 지난 후 자살한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옳다"며 B씨 등에게 5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재해 특약의 보험사고의 범위를 재해가 아닌 자살에까지 확장하려고 해석하는 것은 보험계약자 등에게 당초 재해 특약 체결 시 기대하지 않은 이익을 주게 되는 한편, 이 특약과 같은 내용의 보험계약에 가입한 보험단체 전체의 이익을 해하고 보험자에게 예상하지 못한 부담을 지우게 되므로 합리적이라고 볼 수 없다"며 1심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원심은 이 사건 특약 약관 제11조 제1항 제1호 단서는 피고가 특약 약관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구 생명보험 표준약관을 부주의하게 그대로 사용함에 따라 잘못 포함된 것으로서 재해를 원인으로 한 사망 등을 보험사고로 하는 이 사건 특약에는 적용될 여지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보험약관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특약 약관에 관한 해석을 그르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특약 약관 제9조는 재해를 직접적인 원인으로 사망하거나 제1급의 장해상태가 됐을 때를 보험금 지급사유로 규정하고 있고, 고의에 의한 자살 또는 자해는 우발성이 결여돼 재해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특약 약관 제11조 제1항 제1호를 제9조에 정한 보험금 지급사유가 발생한 경우에 한정해 적용되는 면책 또는 면책제한 조항으로 해석한다면 약관 제11조 제1항 제1호는 처음부터 그 적용대상이 존재하지 않는 무의미한 규정이 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 판결은 재해로 인한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에서 이 사건 특약 약관 제11조 제1항 제1호와 같은 내용의 약관조항인 '자살면책·부책조항'의 해석에 관한 하급심의 혼선을 정리한 것"이라며 "나아가 자살면책·부책조항의 해석이 쟁점이 됐던 종전의 대법원 판결에 대해 각 판결은 각기 다른 유형의 약관에 대해 각각 그에 따른 합리적인 해석을 한 것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