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현 "이공계 여성 국가적으로 중요…투자 선행돼야"

(연쇄인터뷰-20대국회 당선자의 각오)이것만은 꼭!
"경력단절 막으려면 직장 어린이집 활성화가 대안"

입력 : 2016-05-15 오후 12:00:51
[뉴스토마토 박주용기자] “미래 일자리를 찾는 일은 과학기술로부터 시작한다. 현장에서 일하는 연구원들과 소통을 잘하겠다.”
 
국민의당 비례대표 1번으로 국회에 입성한 신용현 당선자의 포부다. 안철수 상임공동대표는 선거 전 ‘제2의 과학기술 혁명’을 당 기치로 내세우며 당시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이었던 신 당선자를 영입했다. 기성품이나 명품 가방이 아닌 ‘BIEN’(국제여성과학기술인대회)이라는 단어가 새겨진 기념 가방을 들고 인터뷰를 하러 온 신 당선자는 천상 과학자였다.
 
평생 과학자의 삶을 살았던 신 당선자가 정치인으로 변신을 선언한 이유는 과학기술계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 때문이었다. 그는 “여야 과학기술계 출신 의원들이 대거 공천에서 탈락하는 모습을 지켜봤다”며 “국민의당에서 비례대표 5, 6번이 당선 안정권일 정도의 지지율을 가지고 있을 때 1, 2번을 주는 것을 보고, 이 당은 의지가 있는 당이라고 봤다”고 말했다.
 
- 당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하나.
 
여성 원내부대표로서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내가 과학기술계를 대변하기 위해 정치권에 들어왔기 때문에 우선 이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국민의당의 선거 캐치프레이즈가 '미래를 준비하는 정당'이다. 미래 일자리를 찾는 일은 과학기술로부터 시작된다. 과학기술에서 중요한 것은 사람이기 때문에 현장에서 일하는 연구원들과 소통을 잘하려고 한다. 또 지금 연구관리직이 대부분 성과 위주로 평가되고 있다.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 과학기술인들은 정권 임기 동안 무엇을 보여줄 것이냐는 고민 때문에 의욕이 떨어진 상태다. 이런 문제들을 개선하는 것이 당에서 과학기술계 대표인 내가 해야 할 역할이다.
 
- 여성 직장인들의 경력 단절 문제에 관한 견해는.
 
개인적으로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게, 내가 속해 있던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에서 2002년 '여성 과학기술인 육성과 지원에 관한 법률'을 만든 일이다. 채용할당제를 비롯해 여성 인력들의 정보를 통계화하고, 여성들이 회사 일과 가정 일을 병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내용이 법안에 담겨 있다. 이 법안으로 2002년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가 국회 대상을 받았다. 그 때 우리에게 상을 줬던 과학기술부 장관이 현재 국민의당 김영환 의원이다. 총선 때 당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인연으로 내가 국회의원이 될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웃음) 
 
내가 원장으로 있던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의 직장 어린이집은 전국 최우수 어린이집으로 평가받는다. 우수 인력의 여자 직원뿐만 아니라 남자 직원들도 연구원에 올 때 좋은 어린이집이 있기 때문에 왔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처럼 직장 어린이집을 제대로 운영하면 우수 인력을 유치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사람들이 일에 열중할 수 있게 된다. 또 여성 과학기술인의 경우에는 경력이 단절된 사람의 재고용 문제가 많이 나오는데 재택 근무나 '스마트 워크' 시스템을 많이 만드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시간 선택제도 많은 도움이 된다. 이공계 여성 인력은 국가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에 여성들이 느끼는 어려움을 국가가 직접 나서서 해결해 줘야 한다.
 
- 과학기술인들의 대표격으로 내놓을 1호 법안은 무엇인가.
 
과학기술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과학기술이라는 게 자신의 열의 정도에 따라 나타나는 성과 차이가 굉장히 크다. 그런데 열의를 갖고 일을 하려면 근무환경이 좋아야 한다. 이공계 대학원생과 인턴 사원 등 정규직이 아닌 사람들은 어정쩡한 위치에 있다. 이 사람들의 근무환경을 보면 근로자 기본법에 따른 대우를 보장받지 못하는 등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문제를 빨리 해결하는 법안을 만들고 싶다. 다만 1호 법안으로 내놓는데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 12일 박근혜 대통령이 연구개발(R&D) 분야의 대대적인 개혁을 주문했는데.
 
사실 내가 그동안 계속 주장했던 내용들이 박 대통령의 발표 안에 다 들어있었다. 정부는 창조경제를 주장하면서 단기적인 성과를 내는 데에만 급급하다. 인사고과에서도 성과급에 차등을 줬기 때문에 석차를 다 매겨야 했다. 그러면 옆사람이 동료일 수 없다. 경쟁자가 된다. 매번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는 인공지능 같은 특정 이슈가 부각되면 이 부처 저 부처에서 담당하려고 달려든다. 미국의 과학기술전략회의에서 논의되는 것처럼 이 사안은 어떤 부처가 하고, 다음 문제는 어떤 부처가 하라고 진행하는 식의 준비된 계획이 있어야 한다. 그동안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가 늘지 않아 교수들에게 불만이 많았는데 투자 비용을 늘리기로 한 것은 다행이다. 대통령이 발표한 연구개발에 대한 방향성은 대부분 맞다고 본다.
 
- 오세정 당선자도 과학기술 전문가로 국민의당에 들어왔는데 역할 분담은 어떻게 할 생각인가.
 
나와 오 당선자가 의견이 일치되는 게 많기 때문에 서로 협력해 일한다면 3~4배의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 당선자는 대학교에 있었고, 나는 연구소에 오래 있었다. 서로 현장의 의견을 전달하는 무대가 다르기 때문에 서로 절충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 같다. 오 당선자는 나보다 연배가 높고 워낙 경력이 좋다. 사회 지도층과의 교류도 많다. 나는 오 당선자보다 상대적으로 나이가 젊고, 각종 현장의 위원회 활동을 많이 해봐서 정부기관 활동과 관련된 여성 과학기술인 분야는 내가 좀 더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 서로 역할을 보완하면서 과학기술 발전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 신용현 당선자 약력
 
제9대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 회장
제12대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원장
국민의당 원내부대표
 
국민의당 신용현 당선자가 지난 12일 국회에서 뉴스토마토와 인터뷰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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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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