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누가 어떤 노래를 부르든 국가가 개입할 일인가”

700여명 서울광장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서울지방보훈청장은 침묵

입력 : 2016-05-18 오후 4:33:24
[뉴스토마토 조용훈기자]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18일 오전 10시 서울광장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제36주년 기념식에서는 참석한 700여명이 입을 모아 부르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퍼졌다.
 
‘5·18 서울기념사업회’가 주최한 이날 행사는 광주까지 가기 어려운 수도권 지역의 유족, 민주유공자, 시민 등이 추모할 수 있도록 광주에서 진행되는 공식 국가기념일 행사 시간에 맞춰 동시에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롯해 박래학 서울시의회의장과 박영선 국회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12명도 함께했다. 유덕열 동대문구청장, 김영종 종로구청장, 박홍섭 마포구청장과 서울시의회의원 20명, 이경근 서울지방보훈청장도 참석했다. 
 
국가보훈처에서 최근 발표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불가 방침과 상관없이 이날 행사는 합창이 아닌 제창으로 식순을 작성해 진행됐다. 정경자 5·18 서울기념사업회 사무처장은 “박원순 시장이나 시와는 제창과 관련해 사전에 조율한 부분 없이 참석자 자유의지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에서 박 시장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에 앞서 기념사를 통해 “‘임을 위한 행진곡’조차 부를 수 없는 현실에 저항하고 분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 시장은 “새로운 세상을 외쳤던 오월의 영웅들처럼 우리도 그렇게 ‘무엇이 되느냐’보다 ‘어떻게 사느냐’를 중요하게 생각하겠다고 말해야 한다”며 5·18 민주화 정신을 강조했다.  
 
오전 10시 37분경 제창이 시작되자 행사장에 참석한 시장, 국회의원, 구청장, 시의원 누구 하나 빠짐없이 시민들과 함께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박영선 의원은 노래 멜로디에 맞춰 팔을 힘차게 위아래로 흔들었으며, 몇몇 시민은 감정에 취한 듯 노래 도중 하늘을 쳐다보기도 했다.
 
단, 이경근 서울지방보훈청장은 제창이 진행되는 동안 차렷 자세로 굳게 입을 다물고 침묵했다. 박 시장은 만세삼창을 끝으로 행사장을 떠나던 중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 “왜 논란이 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며 “누가 어떤 노래를 부르든 그게 국가가 개입할 일이냐”고 답했다.
 
이 보훈청장은 “5·18 민주화운동은 민주주의 역사에 커다란 발자취를 남겼다”며 “1980년에 흘린 피와 눈물은 민주주의의 소중한 결실로 승화돼 대한민국을 진정한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거듭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다”고 평가했다.
 
18일 오전 10시 서울시청광장에서 진행된 ‘5·18 민주화운동 제36주년 서울기념식’에 참석한 박원순 서울시장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고 있다. 사진/서울시
 
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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