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호기자] "보험수익자가 보험금을 정당하게 청구했고 감독 당국이 지급을 하도록 지도했는데도 보험회사가 이를 지급하지 않고 미루다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민법상 판단에 앞서 도덕적으로 용납하기 어려운 행위다."
23일 권순찬 금감원 부원장보는 자살보험금과 관련한 브리핑에서 "자살보험금을 고의로 지급하지 않고 보험금을 청구한 지 2년이 지났다며 소멸시효를 주장하는 것은 부당하다"며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이 생명보험사의 자살보험금 지급과 관련해 소멸시효와 관계없이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이다.
이번 논란은 보험사가 사망한 계약자에 대해 재해사망특약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으면서 시작됐다. 재해사망특약 보험금은 통상 일반사망보험금에 2~3배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금감원은 사망보험금을 신청한 고객에게 일반보험만 지급하고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은 '실수'가 아니라 '고의'라는 입장을 보인다. 수익자가 사망보험금을 청구했을 때, 보험사가 일반사망보험금뿐만 아니라 재해사망특약 보험금도 함께 지급했어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권 부원장보는 "고객은 사망진단서 등 필요한 서류를 첨부해 보험금을 청구하면 보험사는 보상이 가능한 주계약과 특약에 대해 모두 지급하는 것이 맞다."라며 "보험지식이 빈약한 소비자들에게 청구를 안 했다며 책임을 떠넘기고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신의성실 원칙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2월26일 기준으로 기준 자살관련 미지급 보험금은 2980건, 2465억원 규모에 이른다. 이 가운데 소멸시효 기간 경과건은 2314건(78%), 2003억원(81%)이다.
보험업법상 보험금청구권은 2년(2015년3월 이후에는 3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의 완성으로 소멸한다. 원칙적으로 보험금을 소멸시효까지 청구하지 않으면 보험사들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최근 서울중앙지법은 교보생명 자살보험금 관련 사건에 대해 지난 12일 대법원의 판결을 인용, 교보생명이 자살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게 맞지만, 소멸시효인 2년이 지났기 때문에 보험금 지급 의무가 사라졌다는 취지의 1심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그는 "소멸시효와 관련된 법원의 판결과 상관없이 금감원은 보험회사가 애초 약속한 보험금을 모두 지급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변함없다며 "자살보험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행위에 대해 감독 당국 권한에 따라 검사 제재 및 시정조치로 엄중 처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순찬 금감원 부원장보가 자살보험금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금감원
이종호 기자 sun126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