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가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회(SID 2016'에서 선보인 롤러블 AMOLED. 사진/삼성디스플레이
[뉴스토마토 박현준기자] 삼성과 LG가 반쪽짜리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경쟁력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디스플레이가 세트시장의 침체로 수요 한계에 직면한 가운데,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034220)는 새 먹거리로 OLED를 내세웠지만 각각 중소형과 대형에 치우쳐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OLED는 별도의 광원 없이 스스로 빛을 낸다. 백라이트로 빛을 내는 LCD와 달리 픽셀이 자체적으로 빛을 내는 유기물질로 구성돼 전력 소모량이 적고 화질도 더 뛰어나다. 이로 인해 업계에서는 궁극의 디스플레이로 꼽는다.
스마트폰에 주로 쓰이는 9인치 이하의 중소형 OLED의 강자 삼성디스플레이는 대형 OLED가 골칫거리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소형 OLED 시장에서 9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지만 대형 OLED에 대한 투자 시기는 LG디스플레이에 뒤졌다.
OLED 양산 방식도 걸림돌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채택한 적·녹·청(RGB) 방식은 색이 풍부하고 반응속도가 빠른 반면 대형화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OLED에 LCD 방식을 접목한 LG디스플레이의 ‘화이트(W) OLED’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도 고민이다. LG디스플레이가 WOLED 방식과 관련된 상당수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어 이를 피해야 하는 부담과 함께 자존심도 상하기 때문. 이는 삼성전자의 OLED TV 출시 약속을 미뤄야 하는 결정적 이유가 됐다.
업계는 삼성디스플레이의 대형 OLED 투자가 내년이나 되야 가시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원식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BOE와 CSOT 등 중국 패널 업체들의 10세대 이상 LCD 생산라인 양산이 2018년 시작될 것”이라며 “삼성이 대형 TV 시장 주도권 유지를 위해 2017년에는 대형 OLED 투자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삼성이 현 시점에서 10세대 이상의 대형 LCD 생산설비 투자를 하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덧붙였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대형 OLED 경쟁력을 갖출 때까지 LCD 기반의 퀀텀닷(양자점) 디스플레이에 힘을 쏟을 전망이다.
대형 OLED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LG디스플레이는 반대로 중소형 시장이 고민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애플과 OLED 공급 계약을 맺으면서 중소형 OLED 시장을 고스란히 내줄 위기에 처했다. LG디스플레이는 경북 구미 사업장의 E5 생산라인에 3100억원 규모의 6세대(1500㎜×1850㎜) 플렉시블 OLED 패널 생산라인을 추가하기로 하며 중소형 OLED 경쟁력 강화의 발판을 마련했다. E5의 생산량을 늘리면서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으로 꼽히는 자동차용 디스플레이 시장도 잡는다는 방침이다. 박진한 IHS 이사는 “LG는 6세대 생산 라인으로 애플향 제품을 준비 중”이라며 “시간이 걸리겠지만 (중소형 OLED에서)삼성을 따라잡으려면 어차피 가야할 길”이라고 말했다.
LCD 시장에서 이미 한국 업체들의 턱 밑까지 추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중국 업체들은 우선 초대형 LCD에 집중하며 OLED에 대한 투자를 늘려갈 전망이다. 최근 BOE가 10.5세대, CSOT가 11세대 LCD 생산라인에 대한 투자를 결정했다. BOE는 10.5세대 라인에서 월 9만장 규모의 LCD 패널을 만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 연구원은 “두 중국 업체의 10세대 이상급 LCD 설비 투자는 60인치 이상의 초대형 TV 패널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라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은 아직 대형 OLED 시장이 크지 않아 기존의 퀀텀닷 SUHD TV를 밀면서 시간을 벌겠다는 전략”이라며 “LG는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에 OLED 디스플레이를 공급하면서 중소형으로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아직 OLED 기술력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인수나 각종 투자로 기술력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