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아가씨', 본능에 의한 아름다운 거짓말

입력 : 2016-05-26 오후 5:34:19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박찬욱 감독의 신작 '아가씨'는 인간의 본능적인 거짓말을 다룬다. 박 감독은 "거짓말도 예술이 되고, 사랑이 피어나는 토대가 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미장센을 비롯해 연출적인 면에서 최고의 감독으로 평가 받는 그는 욕심을 근간으로 한 거짓말마저도 아름답게 그려낸다. 전작과 달리 명쾌하고 유난히 매끄럽다. 박 감독 전작에서의 장점이 한껏 묻어나오면서도 과연 박 감독 영화가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이질감도 느껴진다. 
 
'아가씨' 하정우-김민희 스틸컷. 사진/CJ엔터테인먼트
 
영화는 1930년대 일제강점기 조선을 배경으로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게 된 아가씨와 그를 속이려는 백작과 하녀의 이야기를 그린다. 세 남녀의 속고 속이는 관계를 매끄러운 스토리로 이어가면서 같은 사건을 다른 시각으로 보게끔 하는 신선함을 전달한다. 진실을 모를 때 보는 것과 알고 보는 것의 차이에서 오는 쾌감을 극대화시킨다. 
 
극 중 등장하는 캐릭터와 인물 간의 관계, 스토리를 최대한 현실감 있게 묘사하기 위해 1930년대를 배경으로 한 점은 옳은 선택으로 보여진다. 그러면서 조선과 일본, 서양의 문화가 담긴 저택과 내부 인테리어는 박 감독의 미술적 감각의 수준이 매우 높다는 것을 드러낸다. 아울러 미세한 감정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롱테이크와 클로즈업, 사물을 이용한 구도 등의 감각적인 연출이 순간 순간 돋보인다. 뒷부분의 반전과 조진웅이 연기한 코우즈키를 통한 임팩트까지 그가 왜 '깐느 박'이라고 불리며 칸 영화제의 부름을 받는지 알 수 있다. 
 
워낙 연기를 잘하는 배우들을 섭외한 덕에 연기적인 면에서 흠이 없다. 특히 타이틀롤의 김민희는 더이상 연기력을 갖고 우려를 가질 필요가 없어보인다. '화차' 이후 모든 작품에서 최고의 역량을 보여온 그는 '아가씨'에서도 가장 빛나는 존재다. 아름다운 베드신은 물론 1인 2역이나 다름없는 히데코의 상반된 얼굴, 후반부 낭독회에서의 농도 짙은 퍼포먼스까지 그의 훌륭한 연기력은 이제 당연하게 여겨진다. 미모를 갖춘 여배우 중 연기력 면에서 가장 앞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 영화 시상식에서의 여우주연상은 현재까지는 김민희의 것으로 보인다.
 
'아가씨' 김민희-김태리 스틸컷. 사진/CJ엔터테인먼트
 
백작 역의 하정우는 명불허전이다. 매력적인 사기꾼 백작을 온전히 표현한다. 아가씨 역의 김민희와 하녀 김태리 옆에서 안정적인 연기로 극에 현실감을 부여한다.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자신이 가진 매력을 최소화한다. 많은 신인 배우들에게 귀감이 되는 배우의 태도가 '아가씨'에서 엿보인다. 1500:1의 경쟁률을 뚫은 김태리는 왜 박 감독이 그를 선택했는지를 보여준다. 첫 작품임에도 기라성 같은 선배들 사이에서 주눅들지 않고 제 연기를 보인다. 문득 어색함이 드는 지점도 있지만, 이만하면 성공적이다. 올해 영화 시상식의 신인상은 김태리가 휩쓸 수밖에 없어 보인다.
 
비록 짧지만 후반부 강렬한 인상을 전달하는 코우즈키 역의 조진웅은 한국에서 본 적 없는 근엄한 변태를 표현한다. 코우즈키가 매우 독특하다 못해 극의 인물 중 가장 판타지에 가까운 캐릭터임에도 조진웅은 마치 실제에 존재하는 느낌을 전달한다. 캐릭터를 연구하고 표현하는 그의 능력은 탁월하다. 약 네 번 정도 밖에 등장하지 않는 문소리는 그 네 번 사이에 감탄이 나오는 존재감을 보인다. 아주 잠깐의 눈 껌벅거림으로 감정을 드러내는 그의 연기는 놀랍다. 
 
동성애를 다루고, 베드신이 수 차례 등장하지만 외설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섹스가 아닌 두 여자의 친밀한 교감으로 느껴진다. 이전 박 감독의 영화처럼 잔인하지도 않다. 잔인한 장면이 등장하나, 부드럽다. 2040은 물론 장년층이 봐도 좋을 것 같다. 다만 부모와 함께 보는 건 썩 추천하지 않는다. 개봉은 오는 6월 1일이며, 상영시간은 144분이다.
 
'아가씨' 김민희-조진웅 스틸컷. 사진/CJ엔터테인먼트
 
 ◇플러스(+) 별점 포인트
 
▲ 조금도 지루함을 허용하지 않는 144분 : ★★★★
▲ 연기력으로 정점에 올라선 김민희 : ★★★★
▲ 매 신마다 고민의 흔적이 드러나는 카메라워크 : ★★★★
▲ 칸 영화제 벌칸상에 빛나는 동서양이 혼재된 미술 : ★★★★
▲ '아가씨'의 후속작으로 '후견인'을 기대하게 하는 조진웅 : ★★★
▲ 작품의 중심을 잡은 하정우와 혜성 같은 김태리 : ★★★
▲ 단 네 신만으로 존재감을 보인 문소리 : ★★★
▲ 베드신보다 더 야했던 낭독회 : ★★★
▲ 극 후반부 반전보다 더 강렬했던 하정우와 조진웅의 대립 : ★★★
▲ 1930년대를 배경으로 한 선택 : ★★
 
◇마이너스(-) 별점 포인트
 
▲ 너무나 완벽했던 미장센에 비해 간결했던 스토리 : ☆
 
함상범 기자 sbra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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