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기자] 지난 20년간 전세계 반도체 시장은 155% 커졌다. 전통적인 생활가전 외에 PC와 스마트폰 등 반도체가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각종 IT 기기들이 출현하며 반도체 수요처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 상태에 달하고, 중국발 공급과잉 우려로 가격이 하락했다. 반도체도 신수요처 발굴이 시급해졌다.
박성욱 한국반도체산업협회장이 26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세계반도체협의회 총회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반도체산업협회
WSC 20돌…반도체 교역량·미세화 기술 ↑
26일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는 1320억달러에서 3410억달러로 155% 성장했다. 반도체 생산 개수는 2150억개에서 7870억개로 266% 증가했다. 각종 수요처가 늘면서 교역량도 2940억달러에서 1조달러로 240% 늘었다.
반도체가 PC와 스마트폰을 비롯한 각종 첨단 기기에 핵심 부품으로 자리잡으면서 연구개발 비용도 157억달러에서 589억달러로 275% 늘었다. 덕분에 반도체 미세화 기술은 350나노미터에서 10나노미터까지 세분화됐으며, 프로세서 속도도 133MHz(싱글코어)에서 3500MHZ(쿼드코어)까지 늘어났다.
이같은 반도체 시장의 눈부신 발전에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일본·대만·유럽연합(EU)·중국 등 6개국이 구성된 세계반도체협의회(WSC)가 함께 했다. 1996년에 설립된 WSC는 매년 각국의 반도체 업계 리더들이 모여 반도체 관련 사안을 논의하고 시장개방과 환경 개선을 위해 협력을 도모하고 있다.
올해로 설립 20주년을 맞이한 WSC는 이날 서울 광진구 쉐라톤워커힐호텔에서 ‘사장단 연례회의’와 ‘20주년 기념식’을 개최하고 서울선언문을 발표했다. WSC는 서울선언문을 통해 “반도체는 일하고, 만들고, 연결하고, 사는 방식을 바꿨다”며 “향후 20년도 반도체가 사물인터넷(IoT)·자율주행자동차·스마트시티·웨어러블·인류 건강의 중심축이 돼 더 큰 혁신을 가져올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제2의 스마트폰 찾아라”…수요처 찾기 고심
세계 반도체 시장은 새로운 수요처 발굴이라는 난제에 직면해 있다.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를 비롯해 인텔, 마이크론 등의 글로벌 기업들은 미세화 공정 기술을 날로 발전시키고 있지만 기존 수요처는 이미 포화상태에 달했다.
스마트폰은 선진시장을 비롯해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이 이미 정체국면에 진입했고, 각 제조사들이 인도와 아프리카 등 신시장을 다음 타깃으로 삼았지만 이 또한 한시적 수요에 불과하다. 가격 하락도 반도체 업체의 고민을 깊게 한다. 중국은 정부가 칭화유닛 등의 국영기업을 통해 대규모 투자를 감행하며 반도체 가격 하락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
때문에 기존 반도체 강자들은 미세화 공정 기술을 강화하며 고급 시장 발굴에 힘쓰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수요처는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IoT와 자율주행차 등이 신시장으로 꼽히지만 아직 스마트폰처럼 일반 사용자들이 널리 사용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산업계에서만 사용하는 B2B(기업간거래)용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스마트폰처럼 대중들이 하나씩 들고 다니며 쓸 수 있는 새로운 수요처 발굴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