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올 1분기 저축은행, 신협 등 소위 '제2금융'으로 불리는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이 기업에 빌려준 자금이 역대 최대 규모로 늘었다. 기업의 산업대출이 크게 늘면서 잔액 규모도 960조원에 육박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최근 조선·해운업 등 산업 구조조정 여파로 부실채권이 늘어날 것을 우려한 은행이 가계에 이어 기업에 대한 대출 심사도 강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은행이 31일 발표한 '2016년 1분기 예금취급기관 산업별대출금'을 보면 3월말 현재 예금취급기관의 대출금 잔액은 959조원으로 전분기 말보다 15조7000억원(1.7%) 증가했다.
예금취급기관의 산업대출은 은행,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예금을 취급하는 금융회사가 가계가 아닌 개인사업자를 포함한 기업에 빌려준 자금을 말한다.
산업 대출금 잔액은 지난해 말보다 15조7000억원 늘어났는데, 증가 규모로 보면 지난해 같은 기간(16조6000억원)에 비해 다소 줄었지만 직전분기인 지난해 4분기(11조2000억원)보다는 확대됐다.
이 가운데 예금은행의 산업대출금은 792조원으로 1분기 중 8조9000억원 늘었고,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대출금은 같은 기간 6조8000억원이나 급증해 167조원에 달했다. 이는 한국은행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8년 1분기 이후 최대 규모다.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에는 저축은행, 신협 등 제2금융권 금융사 뿐만 아니라 수출입은행도 포함돼 있다. 따라서 수은의 정책자금 대출이 늘어난 영향도 크다는 분석이다.
최영엽 한국은행 경제통계국 부국장은 "수출입은행의 정책자금이 포함된 데다 일반 시중은행이 여신관리에 나서 2금융권의 대출이 늘어난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 대출은 3월말 329조2000억원으로 전분기 말보다 4조8000억원 늘어 감소세에서 증가세로 전환했다. 제조업 대출 증가액은 지난 2009~2015년 1분기중 평균 증가액(8조6000억원)에 비해서는 절반 가량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제조업 중 조선업 등 기타운송장비 대출은 1조7000억원 증가하면서 2009년 1분기(1조8000억원 증가) 이후 1분기 기준으로 7년 만에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자금사정이 어려운 조선업 등에서는 대출을 일부 늘린 영향으로 추정된다.
서비스업 대출은 전분기보다 10조4000억원 늘었다. 증가 규모로 보면 전분기(13조4000억원 증가)에 비해서는 둔화된 모습이지만 여전히 높은 증가세다. 서비스업 대출이 늘어난 것은 부동산 및 임대업 대출(4조5000억원 증가)이 여전히 높은 증가세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건설업 대출은 전분기 2조원 감소에서 1분기 1조1000억원 증가로 돌아섰다. 지반조성, 토목시설 건설 등 종합건설업 대출이 7000억원 늘었고, 특정부문의 공사를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전문직별공사업도 5000억원 증가했다.
자금용도별로는 운전자금이 전분기(-4조4000억원)보다 7조9000억원 늘어났고 시설자금은 7조8000억원 증가해 전분기(15조9000억원)보다 증가폭이 줄었다. 산업대출금 대비 시설자금 비율은 37.8%로 상승했다. 취급기관별로는 예금은행 대출이 8조8000억원 늘었고,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은 6조8000억원 증가했다.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