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셋에 낳은 하나 뿐인 딸 죽여"…청각장애인 엄마, '엄벌' 요구

여고생 2명 살해 30대 남성 결심공판…유족들 법정서 오열

입력 : 2016-06-01 오후 2:45:36
[뉴스토마토 이우찬기자] "제발 엄벌에 처해주세요. 마흔 셋에 낳은 하나 뿐인 딸인데... 이제 혼자 남았어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요."

 

A(17)양은 마흔 셋에 얻은 귀한 늦둥이였다. 그동안 딸과 단 둘이 서로를 의지하며 살았는데, 딸을 가슴에 묻은 A양의 어머니는 이제 혼자 남았다. 그는 청각장애인이다.

 

1일 오전 10시30분 서울법원종합청사 302호 법정. 서울고법 형사6부(재판장 정선재) 심리로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서 A양 등 여고생 2명을 살해한 이모(31)씨가 법정에 들어오자 유족들이 오열했다.

 

B씨는 두 손으로 가슴을 쥐어뜯으며 울었다. 법정 한 편에서 수화통역사가 사건 당시를 수화로 전할 때마다 B씨를 비롯한 유족들의 오열은 커졌다.

 

이날 공판은 이씨에 대한 첫 항소심 공판인 동시에 결심공판이었다. 검찰은 1심과 같이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이씨측 변호인은 충동적 범행이었고 전과가 없다며 1심의 형이 너무 무겁다고 항변했다. 재판 중간중간 유족들의 울분이 터져나왔다.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방청석에 있는 유족들에게 발언기회를 줬다. A양의 유족 중 한 명이 B씨를 대신해 일어났다. 그는 "청각장애를 앓는 어머니에게서 단 하나 뿐인 딸을 빼앗아 갔다"며 "엄벌에 처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씨가 진지하게 사과 한번 한 적이 없다고도 말했다. 이씨는 최후진술에서 "유가족에게 정말 죄송하다"고만 짧게 말했다.

 

이씨는 지난해 10월 채팅 앱을 통해 피해자 C(당시 18세)양을 알게 됐다. C양에게 호감을 느낀 이씨는 C양과 그 친구 A양을 자주 만났다. 첫 만남 후 한 달쯤 지난 같은 해 11월 이씨는 C양으로부터 헤어지자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마음을 돌리려고 C양 집을 찾아갔으나 쫓겨났다. 이씨는 수치심과 자괴감에 C양을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

 

이씨는 사건 당일 강남 역삼동에 있는 한 대형마트로 가 둔기와 흉기를 구입한 뒤 밤이 오길 기다려 C양 집으로 찾아갔다. 이후 C양이 문을 열어줘 집으로 들어간 이씨는 C양과 함께 있던 A양과 어울려 TV를 보고 음식을 배달해 먹다가 잠이 들었다.

 

다음날 새벽 4시50분쯤 이씨가 잠에서 깼고, C양이 "엄마가 올 수 있으니 가라"고 말하자 미리 준비해 간 둔기로 C양의 얼굴을 무차별적으로 내리쳤다. 옆에서 자고 있던 A양이 놀라 일어나 말리자 이씨는 A양에게도 둔기를 휘둘렀다. A양과 C양은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살인 혐의로 기소된 이씨는 지난 4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법학을 전공했고, 성인지능검사 결과 전체 지능이 '평균 상' 수준으로 생명의 절대적 가치와 살인죄의 심각성을 명확히 인식했을 것"이라며 "범행수법이 잔혹하고 죄질이 무거워 사회로부터 격리가 필요하다"고 판시했다. 이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는 오는 17일 내려진다.

 

 

서울법원청사. 사진/뉴스토마토 DB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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