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생존전략…쪼개거나 붙이거나

스마트폰 정체기 본격화…과당경쟁에 전략도 이원화

입력 : 2016-06-09 오후 6:20:32
[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지난 5년간 연평균 30% 안팎의 고속성장을 했던 글로벌 스마트폰 업계가 극심한 정체기에 진입했다. 수치상의 차이가 있을 뿐 시장조사기관들은 올해 성장률이 한 자릿수에 머물 것이란 보수적 전망을 견지하고 있다. 
 
수요가 마른 상황에서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플레이어 수는 되레 늘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기업들은 시장 기회를 발굴하는 것만큼 경쟁사 분석에도 많은 힘을 쏟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최근 스마트폰 시장에서 다양한 경쟁 전략이 등장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기업들은 다양한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사진은 스마트폰으로 중국 항저우의 분수쇼를 촬영하는 사람들. 사진/로이터
 
LG경제연구원은 지난 8일 발간한 '성숙기 스마트폰 시장의 주목할 움직임' 보고서를 통해 "최근 스마트폰 기업들의 움직임을 쪼개거나 붙이는 두 가지로 크게 분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쪼개기 전략'은 기능별로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조직을 만들어 필요한 핵심 역량을 동시다발적으로 강화하는 방식을 말한다. 시장 특성에 따라 조직을 나누거나 최적화해 빠른 성장을 도모한다. 특히 후발 기업의 경우, 선도 기업과 같은 역량을 갖고 겨루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기존과는 다른 방법으로 경쟁력을 높일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중국 선전의 '티노 모바일'이 쪼개기 전략을 통해 해외 시장을 성공적으로 개척한 대표적 사례로 꼽혔다. 외주 개발 및 생산 업체인 티노 모바일은 2011년 프랑스 현지에 '위코'라는 자회사를 설립해 유럽 시장을 공략했다. 중국 브랜드가 아닌 프랑스 브랜드로 포지셔닝하고, 미디어텍 프로세서 기반의 가성비 높은 모델을 판매해 급성장했다. 위코는 지난해 프랑스 스마트폰 시장에서 12%의 점유율로 3위에 올랐다. 티노의 성공에 업계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중국 중소 업체들도 티노의 전략을 따라 자체 브랜드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배은준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폭스콘도 이같은 쪼개기 전략을 채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개발과 생산 기능은 폭스콘이 전담하되, 마케팅과 영업 기능은 HMD 글로벌이란 회사가 맡을 것이란 전망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피처폰 매각 시점 등장한 HMD 글로벌은 노키아로부터 브랜드와 특허 라이센스를 받았고, 폭스콘과는 마케팅, 영업 관련 자산 공유 계약을 체결했다. 
 
'붙이기 전략'은 전자상거래, 콘텐츠, 애플리케이션 등 인터넷 서비스 기업들이 스마트폰 사업을 통합해 사업모델을 강화하려 할 때 주로 사용된다. 보안 앱 개발업체 '치후360'과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 '러에코'가 각각 쿨패드에 투자해 단말기를 공동 개발한 붙이기 전략의 사례다. 또 알리바바의 대규모 투자를 받은 이후 급성장을 한 메이주의 사례 등도 붙이기 전략의 전형으로 거론됐다. 
 
LG경제연구원은 붙이기 전략의 성과를 ▲빠른 성장 ▲PC 기반 서비스 모바일 확장 ▲사업모델 확장 등 세 가지로 요약했다. 스마트폰 사업으로 단기간에 매출을 증대시키는 직접적 효과와 함께 이를 통해 확보한 고객들을 자사 서비스의 잠재적 고객으로 끌어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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