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기자] 조선업계가 정부의 일방통행식 구조조정에 뿔났다. 구조조정을 초래한 원인에 대한 분석이나 책임규명 없이 약자부터 희생시키는 방식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당사자들이 함께 모여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한다고 요구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조선업종 노조연대 등은 9일 국회도서관에서 '위기의 조선산업, 벼랑 끝 조선노동자, 올바른 해법은 무엇인가'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뉴스토마토
조선업종 노조연대와 한국노총 등은 9일 야3당과 함께 국회도서관에서 정부의 조선업 구조조정에 대한 토론회를 열었다. 이들은 야3당에 대해 구조조정 방향을 조정할 수 있는 국회 차원의 대책을 요구했다. 우상호, 박지원, 노회찬 등 야3당 대표들은 특위 구성과 청문회 등을 약속했다. 주무부서인 고용노동부와 금융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지금의 조선업 구조조정을 세월호 사태에 비유했다. 노 의원은 "어제 구조조정안이 진일보한 부분도 있지만, 가장 약한 사람부터 먼저 희생시키고 있는 세월호 기조를 따르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종훈 무소속 의원은 "정부가 다른 목적을 가지지 않고서는 이렇게 폭력적일 수 없다"며 정부의 일방적인 구조조정에 의구심을 표했다.
이들은 하나같이 정부가 조선업에 대한 이해도 없이 구조조정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읜원은 "정부가 조선산업에 대해 분명한 관점이 없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의 상황이 2년 정도 간다는 전망이 나오는데, 실패한 일본을 따라갈지, 다시 세계적인 산업으로 키워갈지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해야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근본적인 경쟁력을 제고하는 방안이 아닌 금융중심의 구조조정을 밀어붙이고, 노동자부터 잘라내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다, 책임자에 대한 처벌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이창근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원인규명과 책임소재가 규명되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는 어떠한 대책이 나오더라도 사회적 동의를 얻기 힘들다"고 말했다. 신원철 부산대 사회학과 교수는 "당사자인 노동자 및 노동조합을 포함한 사회적 협의기구를 통해 구조조정을 논의해야한다"고 말했다.
지난 8일 발표된 정부의 구조조정 방안에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국내 대형 조선사가 30% 규모의 설비 감축을 단행한데 대해 박종식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과 일본이 설비투자를 확대하고 있고, 인도는 정부차원에서 나서서 조선업을 키우려는 상황에 한국 정부는 1등하는 한국 조선업에 1등 하지 말라고 말리는 형국"이라고 밝혔다. 이어 "해외 취업알선이라는 고용대책도 사실상 한국 조선업의 경쟁력이라 할 수 있는 기술 기능직의 숙련된 노동력의 해외 유출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정부가 과도하게 조선업에 대한 위기를 조장하고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신원철 교수는 "정부가 구조조정을 밀어붙이자, 채권은행이 신규대출이나 RG발급을 거절해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황우찬 조선업종노조연대 공동의장은 조선업이 사양산업이 아니라 불황을 겪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황 의장은 "지금의 위기는 정부가 사실상 관리했던 대우조선해양의 위기"라며 "한국 조선업을 죽이는 것은 한국의 제조업과 미래의 일자리를 잃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청노동자들에 대한 우려도 쏟아졌다. 정부의 고용유지방안의 틀에서 벗어나 있는 조선업계의 원·하청 구조로 얼룩진 형태부터 뜯어고쳐야한다는 것이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물량팀은 마치 조선해양산업의 먼지와도 같이, 눈에 보이지 않게 사라지고 있다"며 더 이상 하청노동자들이 잘려나가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은 "답이 없기 때문에 과거의 책임 소재에 대해 떠들수 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면서 "정부가 적어도 해고를 최소화하려는 노력, 해고된 노동자들의 고통을 최소화하려는 방안을 내놓아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에도 고통 받아왔지만 어려울 때 더 고통받는 사내하청, 재하청, 물량팀, 하도급 업체들을 정부가 최우선으로 상정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