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전성시대…제2의 룰라는 왜 안 나올까

입력 : 2016-06-13 오후 3:10:04
[뉴스토마토 정해욱기자] "제2의 룰라는 왜 안 나올까?"
 
걸그룹 전성시대다. 걸그룹들이 뜨거운 인기몰이를 하며 가요계를 주도하고 있다. 특히 신인 걸그룹들의 가파른 성장세가 눈에 띈다.
 
◇왼쪽부터 그룹 룰라의 김지현, 이상민, 채리나. 사진/뉴시스
 
데뷔 2년차 걸그룹 트와이스는 지난 4월25일 신곡 '치어업'(Cheer Up)을 내놨고, 각종 실시간 음원 차트 1위를 휩쓸었다. 트와이스는 활동 8주차에 접어든 13일 현재에도 여전히 차트 상위권을 유지 중이다. 하루가 다르게 트렌드가 바뀌는 요즘 가요계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인기 롱런 행진이다.
 
여자친구 역시 걸그룹 전성시대의 주역이다. 지난해 초 데뷔한 여자친구는 '유리구슬', '오늘부터 우리는', '시간을 달려서'를 잇따라 히트시키면서 단숨에 '대세 걸그룹'으로 떠올랐다. 특히 지난 1월 발표한 '시간을 달려서'로 각종 음원 차트 1위를 휩쓸고, 음악 방송에서 15개의 1위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등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몰이를 했다.
 
걸그룹들이 이와 같이 대중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가운데 가요계 안팎에서는 인기 혼성그룹의 부재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가요계에서는 최근 몇 년째 두각을 나타내는 혼성그룹이 등장하지 않고 있다. 90년대~2000년대 초반 인기몰이를 했던 혼성그룹들은 걸그룹과 보이그룹에 밀려 자취를 감췄다.
 
지난 1994년 가요계에 첫발을 내디뎠던 데뷔 동기 룰라와 쿨은 혼성그룹의 전성시대를 이끌었던 팀이다. 룰라는 지난 1995년 SBS 가요대전 대상과 대한민국영상음반대상 골든디스크부문 본상을 수상하면서 전성기를 누렸다. 룰라는 '100일째 만남', '연인', '날개 잃은 천사', '3!4!' 등의 히트곡으로 폭넓은 사랑을 받았다. 뛰어난 가창력을 지닌 여성 보컬과 개성 넘치는 남성 멤버들이 하모니를 이뤄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애상', '아로하', '해변의 연인' 등의 히트곡을 낸 쿨은 2000년대 초반까지 인기몰이를 하면서 가요계를 주도했다. 서로 다른 매력을 지닌 남성보컬 이재훈과 여성보컬 유리, 래퍼 김성수가 조화를 이뤄 다른 가수들과 차별화된 음악 색깔을 선보였다. 이밖에도 자자, 잼, 유피, 영턱스클럽 등의 혼성그룹들이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렇다면 최근 가요계에서 룰라, 쿨과 같은 인기 혼성그룹을 찾아볼 수 없는 이유가 뭘까. 한 가요계 관계자는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걸그룹이나 보이그룹을 제작하는 것에 비해 혼성그룹을 제작하는 것이 숙소, 트레이닝 문제 등과 관련해 비용과 노력이 더 많이 든다"며 "한 곡을 남성과 여성 멤버가 함께 불러야 한다는 점에서 노래를 편곡하는 작업도 훨씬 까다롭다"고 말했다.
 
걸그룹, 보이그룹 중심의 천편일률적인 음악으로 인해 가요계가 획일화되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또 다른 관계자는 "비용과 노력이 더 많이 들더라도 그만큼의 수익이 보장된다면 안 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가요계가 걸그룹 또는 남성그룹 위주로 돌아가고 있는 가운데 혼성그룹을 내는 것은 모험"이라며 "좀 더 다양한 형태의 그룹이 등장해 다양한 색깔의 음악을 대중에게 들려줄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전했다.
 
정해욱 기자 amorr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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