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현정기자] 내달 발표될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 방안과 관련해 업계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일부 사안에 대해 긴급 해명에 나서기도 했지만 가장 큰 쟁점인 자기자본 기준 상향에 대해서는 여전히 종전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21일 금융위원회는 "초대형 IB에 신 영업용순자본비율(NCR) 대신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적용한다는 등의 내용은 의견수렴 과정에서 증권사들이 건의한 내용일뿐 확정된 게 아니"라며 추측성 보도자제를 당부했다. 하지만 최대 쟁점이 되고 있는 최소 자기자본 기준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금융위는 초대형 IB의 자기자본 기준을 종전의 3조원에서 5조원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경우 기준을 충족시키는 곳은 통합 미래에셋대우 밖에 없어 자칫 특정업체만 밀어준다는 의혹이 나올 수 있다. 금융위 자본시장과 측은 "실무자들끼리의 의견교환일 뿐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반응이지만 검토 중인 사실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이에 대해 증권업계는 "모두가 반대하는 정책은 있을 수 없다", "인위적으로 5조원 이상 증권사에만 모든 걸 열어준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금융위는 자본시장의 기업금융 기능을 강화해 모험자금 공급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로 마련 중인 초대형 IB 육성안을 늦어도 다음달 중으로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여신업무가 제한적인 증권사 입장에선 본격적인 모험투자에 나설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업계가 장미빛 기대감을 키우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증권사들은 현재 은행이 독식하고 있는 기업여신과 외환업무, 법인결제, 부동산 신탁까지의 업무범위 확대를 당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수익원인 주가연계증권(ELS) 판매로 적신호가 켜진 레버리지비율 완화도 건의했다. 그런데 초대형 IB의 최소 자기자본 기준으로 초점이 쏠리면서 업계에 혼란을 주고 있다.
불필요한 잡음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금융위가 발표 시기를 확정하고 육성안 발표를 서둘러 달라는 요구도 나온다. 한 대형증권사 고위관계자는 "금융정책이 점차 간접금융에 대한 자본시장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대형 IB 역할을 위해 어떤 제약 조건을 풀어야하고 위험 방지를 어떻게 해야하는지도 모두 공감하고 있다는 증거"라며 "자본시장 중심의 금융개혁을 논하는 금융수장에 대한 믿음이 크다. 최근 2~3년간 자본시장이 비약적인 변화를 해온 만큼 마지막 매듭을 잘 지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건전성 규제수단인 NCR을 대형 IB 육성 등 산업정책 수단으로 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는 "자본시장의 국제화가 중요한 만큼 건전성 규제의 국제적 적합성 제고가 중요하다. 현재 한국은 산업정책을 목적으로 금융안정과 직결된 건전성(NCR) 규제를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부적절하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그는 "대형 IB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기업여신, 외환업무, 법인결제, CMA, 부동산신탁 등 업무범위 확대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현재 금융투자협회와 자본시장연구원, 대학 교수진으로 구성된 전문가단은 이번주 마지막 의견수렴 작업을 통해 조율작업에 나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오는 24일 마지막 회의가 진행되는 것으로 안다"며 이같이 전했다.
내달 발표될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 방안과 관련한 최소 자기자본 기준 등 일부 규제에 각종 풍문이 첨가되며 시장 혼란이 커지자 금융당국이 긴급 진화에 나섰다. 사진/뉴스토마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