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미국)=뉴스토마토 서영준기자]
KT(030200)가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전세계 800여개 통신사에 협력을 제안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감염병과 통신이라는 분야는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KT는 그러나 빅데이터를 활용한다면 감염병 확산을 막을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황창규 KT 회장은 23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메리어트 마르퀴스 호텔에서 열린 유엔 글로벌 콤팩트(UNGC) 리더스 서밋 2016에서 "여행 패턴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모으고, 과학적으로 분석하면 전세계 전염병의 확산 경로를 추적하고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황창규 KT 회장이 23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메리어트 마르퀴스 호텔에서 열린 유엔 글로벌 콤팩트(UNGC) 리더스 서밋 2016에서 '한계가 없는 세상을 열자'를 주제로 연설을 하고 있다.사진/KT
KT의 이같은 자신감은 국내에서 조류 인플루엔자(AI) 확산 방지에 기여한 경험에서 비롯된다. AI를 비롯한 가축질병은 방역선진국으로 꼽히는 미국, 일본, 유럽연합(EU)에서도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뚜렷한 발생원인과 감염경로, 방역 대책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정은 한국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KT는 지난해 AI 확산경로를 빅데이터로 분석해 가축수송, 사료운반 차량의 이동경로와 AI 확산경로가 상당 부분 일치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김이식 KT 빅데이터센터 상무는 "AI의 감염과 확산에는 다양한 요인들이 있지만 누구도 정확한 원인을 찾아내지 못하는 상황이었다"며 "빅데이터 분석을 해보니 트럭이 AI 확산의 주범이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KT는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가축 운반 트럭의 운행 정보를 받아 AI는 물론 구제역 확산경로를 예측하고 정부와 확산 방지에 나섰다. 이에 따라 2014년 1월~5월까지 205건이던 AI 발생건수가 시범적용기간이던 2014년 12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102건으로 줄었다. 본격적용기간인 2015년 9월에서 올해 3월까지는 AI 발생 건수가 14건으로 대폭 감소했다.
KT는 빅데이터 활용 대상을 사람으로 확대시켜 감염병 확산 방지에 나설 계획이다. 가령 지난해 한국을 공포에 떨게한 메르스나 최근 브라질 올림픽을 앞두고 논란이 되고 있는 지카바이러스는 통신사업자의 로밍 데이터만 공유된다면 전세계적인 확산을 막을 수 있다.
김 상무는 "지카바이러스는 직항보다 경유자가 더 문제가 되고 있고 메르스도 위험국가 방문자보다 제3국을 경유해 들어온 사람들이 병을 전염시켰다"며 "전세계 통신사업자들이 로밍 데이터를 공유한다면 이들의 이동경로를 파악해 감염병 확산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KT는 전염병 확산 방지를 위한 빅데이터 공동과제로 해외유입 감염병 부분에서 ▲국가간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한 ICT기반 방역체계 표준화 ▲정확도 향상을 위한 글로벌 통신사 협력 방안 등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동물 전염병 부분에서는 ▲알고리즘 공개를 통한 글로벌 협력커뮤니티 구축 추진 ▲감염병 확산방지 플랫폼 개발도상국 지원 등을 펼칠 방침이다.
황 회장은 "아직 다른 나라의 통신사들과 실무 협의를 하는 단계는 아니지만 앞으로 유엔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고,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에서도 (KT의) 이같은 활동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KT가 이러한 기술을 전세계에서 표준화를 진행하겠다고 하면 많은 통신사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영준 기자 wind09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