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용 E1 회장(왼쪽)과 최창원 SK가스 부회장. 사진/각사
[뉴스토마토 이재영기자] 사양길에 접어든 LPG 산업이 파나마운하 개통과 미세먼지발 환경이슈로 부활의 기회를 만났다. LPG의 지속가능성장 전략에 매진해온 구자용 E1 회장과 최창원 SK가스 부회장이 이번 기회를 적극 활용할지 관심이 쏠린다.
LPG산업의 성장 정체 국면에서 두 수장은 해법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구자용 회장은 셰일가스 관련 사업 확장 기회를 모색해 수익성 있는 신사업 발굴을 시급한 목표로 내걸었다. 최창원 부회장은 글로벌 복합에너지 기업을 목표로 지난달 프로판탈수소화(PDH) 공장 준공을 통한 가스화학사업 진출을 비롯해 LPG트레이딩, 민자발전사업(석탄화력) 등 사업다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가운데 LPG산업은 대내외 변수로 열악한 사업 환경이 반전될 만한 기회를 얻었다.
파나마운하가 9년간의 공사를 마치고 26일(현지시간) 확장 개통했다. 그동안 대형선박이 지나갈 수 없어 남미대륙을 돌아가거나 수에즈 운하를 이용해야 했는데, 이번 확장으로 LPG를 실은 대형가스선도 운송거리를 단축할 수 있게 됐다. 북미지역 LPG를 도입해 중동에 대한 수입 의존도를 개선하는 등의 가능성이 열렸다. SK가스는 기존에 이미 북미지역 스폿 물량을 트레이딩하며 일부는 국내에도 들여왔다. 앞으로 이같은 취급 물량이 더욱 늘어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북미지역에서 운반하는 기간이 이전 50일에서 30일 정도로 단축된다”며 “중동에선 20일 정도 걸려 북미가스가 더 저렴하다면 도입 기회가 생긴다. 미국산이 중동산을 견제하고 국제시장에 공급량이 늘어나 가격이 하향 안정화될 효과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최근 디젤차의 환경이슈도 LPG의 기회요인이다. 디젤차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반면, LPG차는 매년 줄어들다가 올들어 더욱 빠른 감소세를 보인다. LPG차량의 대·폐차 시점이 도래했는데 LPG차에 대한 사용제한이 걸려 있어 재구매 수요가 많지 않은 탓이다. 규제로 인해 자동차 제조사의 LPG 신차 개발 의지가 부족해 차량 모델 수가 적은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클린디젤을 앞세운 정유사들에 택시시장 침투까지 허용하며 수세에 몰렸던 LPG업계는 이번 이슈로 모처럼 반격을 노린다. 업계는 디젤차의 미세먼지 논란으로 정부가 경유 세율인상까지 고려하는 마당에 LPG차 규제를 풀면 세율인상 부담 없이 미세먼지를 저감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편, 최창원 부회장은 그룹 계열사와 이해가 상충하는 문제가 있다. SK이노베이션 등 정유 및 화학 계열사와 사업이 겹치거나 같은 시장 수요를 두고 대체재 관계에 놓여 있다. 때문에 에너지 정책 입안에 의견을 내는 데도 LPG업계의 역량을 결집하기가 어렵다는 지적도 있어 왔다.
최 부회장은 창업주인 고 최종건 회장의 차남으로 최태원 회장과 사촌관계다. SK케미칼을 정점으로 SK가스와 SK D&D 및 SK어드밴스드로 연결되는 사실상 독립적인 지배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최 부회장이 SK건설 지분을 전량 매각한 이후 SK케미칼이 가진 SK건설 지분만 처분하면 지분상으로도 그룹과 분리된다. 하지만 SK 브랜드의 활용가치, 계열사간 시너지 등 여러 측면을 고려하면 계열분리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것이 다수의 시각이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