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금요일' 맞았던 글로벌 자금 시장…'불확실성'에 휩싸이다

하루만에 세계 증시서 2조800억달러 증발…브렉시트 충격 이어질까

입력 : 2016-06-26 오후 3:19:53
[뉴스토마토 우성문기자]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브렉시트’로 글로벌 금융시장은 검은 금요일을 맞았다. S&P의 글로벌 브로드마켓 지수(BMI) 기준으로 24일 하루에만 전 세계 주식 시장의 시가총액은 2조800억달러가 증발했다.
 
특히 금융시장에서는 영국이 EU에 머무르는 브리메인을 예측하고 있었던 만큼 충격이 더 컸다. 선거가 끝났을 때까지만 해도 글로벌 증시는 일제히 상승세를 보이며 브리메인을 거의 확신했었다.
 
스튜어트 아이브 OM파이낸셜 매니저는 “개표가 시작되기 전까지 엇갈린 여론조사에도 불구하고 마치 글로벌 금융 시장은 이미 투표 결과가 잔류로 나온 것처럼 행동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렇게 준비하지 못했던 브렉시트로 인한 글로벌 시장의 충격은 상당했다.
 
충격 도미노의 시작 아시아 증시, 패닉 단기에 머무를까
 
24일 일본 증시가 급락한 가운데, 한 남성이 증권 시세가 적힌 전광판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뉴시스
 
브렉시트 소식을 가장 먼저 접한 것은 아시아 증시였다. 개장 초반에는 선거가 끝난 후 나온 여론조사에서 브리메인이 우세한 것으로 나오며 브리메인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막상 개표가 시작되자마자 탈퇴표가 예상보다 많은 것으로 집계되면서 일본 증시가 가장 먼저 폭격을 맞았다. 닛케이지225지수는 전거래일보다 7.9% 급락하며 장을 마감했는데 장중에는 8% 넘게 떨어지면서 일시적으로 1만5000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이는 최근 5년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한 것이다. 또한 닛케이 평균 선물 9월물은 한때 8% 넘게 급락해 12시48분에는 거래를 일시 정지하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일본 증시가 패닉한데는 엔화 강세의 영향이 컸다. 이날 장중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99.11엔까지 떨어지며(엔화가치 상승) 100엔대가 붕괴돼 2년 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현재 다시 엔화는 102달러까지 올라서긴 했으나 이는 여전히 브렉시트 전보다 매우 낮은 수준이다. 
 
상해종합지수 역시 1.3% 내렸으며 홍콩 항셍지수는 3% 가까이 급락했다.
 
우리나라 코스피도 장중 한때 1900선이 무너지기도 했고 결국 3.09% 급락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코스닥에서는 장중 7% 넘는 급락이 나오며 거래가 일시 중단되는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그야말로 아시아 증시는 패닉 장세를 나타낸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패닉 장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가장 전망이 어두운 것은 바로 일본 증시다. 특히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 증가로 인해 엔화 가치가 꾸준히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전망이 어둡다는 것이다. 앞서 모건스탠리 역시 브렉시트 결과가 발표되기 전 “만약 브렉시트가 현실화된다면 유럽 증시 다음으로 일본 증시가 가장 큰 충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다만 마켓워치 등 주요 외신들은 단기적 충격은 피할 수 없으나 장기적으로는 브렉시트가 아시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예상보다 길지 않을 수 있다고 조심스레 예측했다. 특히 영국이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의 큰 수출 대상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실질적 경제적 영향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브렉시트 투표가 끝났지만, 영국이 실제로 EU를 탈퇴하기 위해서는 짧으면 2년, 길면 10년까지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 역시 이러한 전망에 힘을 보탠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어떤 것도 확신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인다. 특히 이번 투표 결과로 인해 EU 잔류를 희망했던 스코틀랜드가 영국에서 탈퇴하는 것을 본격적으로 밀어붙인다거나 다른 EU 국가들 사이에서 도미노처럼 탈퇴 시도가 나온다면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엔화 가치 상승이 이어질 뿐 아니라 전반적인 아시아 시장에도 큰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유럽 증시, 리먼 사태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세…전망도 매우 부진
 
이번 사태의 진원지인 유럽 증시의 충격은 더욱 컸다. 투표 결과가 나오기 전날까지만 해도 유럽 증시는 일제히 상승 마감했었다. 그러나 브렉시트 결과가 나온 후 범유럽지수인 스톡스600은 전날보다 7.03% 급락한 321.98에 마감했다. 이는 지난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가장 큰 폭의 급락세를 나타낸 것이다.
 
특히 영국의 FTSE100지수는 3.15% 내린 6138.69에 거래를 마감했다. 그 외 국가들은 더 큰 충격을 받았다. 독일의 DAX30지수는 6.82% 급락한 9557.16을, 프랑스CAC49지수는 8.04% 내린 4106.73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 밖에 스페인 IBEX35 역시 12.35% 폭락했으며 이탈리아 증시도 12.48% 급락했다.
 
특히 유럽 증시에서는 금융주들이 일제히 폭락했다. 바클레이즈가 17.7%, 독일 도이치뱅크가 13.9%, 코메르츠뱅크가 13.08% 떨어졌다.
 
특히 이날 파운드화는 달러 대비 10% 넘게 내리며 1파운드당 1.3242달러까지 수직 추락해 3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리먼브라더스 파산 당시 하락폭인 6.52%보다도 더 큰 것이다.
 
앞서 억만장자 투자자인 조지 소로스는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파운드화는 15% 넘게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모건스탠리 역시 파운드화 환율이 1.25달러까지도 떨어질 수 있다며 비관적인 전망을 제기했다. 
 
다만 파운드화 폭락을 막기 위해 영란은행과 유럽중앙은행(ECB)은 보다 적극적으로 시장 개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은 성명을 발표하고 “영국 경제 안정을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금융시장 충격 완화를 위해 2500억파운드를 공급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유럽 증시의 향후 전망은 매우 어둡다. 일각에서는 유럽 증시가 올해 최저치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특히 브렉시트로 인해서 다른 국가들에서도 EU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와 함께 탈퇴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우려거리다.
 
이미 현재 덴마크와 체코, 핀란드 등의 국가에서도 EU의 난민수용 정책에 대해 불만이 상당한 상태다.
 
덴마크은행 단스케방크는 유럽 증시가 이번주 10% 넘게 하락할 것으로 진단했고 컨설팅업체 엑세인BNP파리바 역시 앞으로 몇일간 유럽증시는 10~15%의 급락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 역시 브렉시트 결과가 발표되기 전에 만약 브렉시트가 현실화된다면 유럽증시는 15~20% 급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라파엘 갈라르도 나타시스자산운용 전략가는 “유럽증시는 이제 올해 최저치까지 떨어질 것”이라면서 “유럽 내에 정치적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 것이고 투자유출은 더욱 가팔라질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브렉시트 충격 미 증시도 강타…"달러 강세 이어진다"
 
미 증시도 브렉시트의 충격을 피해가지는 못했다.
 
다우존스 지수는 3.39% 하락한 17,399.86로 마감했고, S&P 500 지수는 3.60% 내린 2,037.30으로, 나스닥 지수는 4.12% 떨어진 4,707.98로 각각 장을 마쳤다. 다우지수와 S&P500지수는 이날의 하락으로 올해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특히 일본과 마찬가지로 안전자산인 달러 가치가 급등하며 미 증시에도 장기적으로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국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2.1% 급등했고 주간 기준으로는 1.4% 올라 약 4개월 만에 최고 주간 상승폭을 기록했다.
 
이러한 달러 강세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대다수의 전문가가 전망하고 있다.
 
딘 마키 포인트72에셋매니지먼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시장 참가자들이 우려하는 것이 당연하다”라며 “브렉시트의 결과로 전 세계 성장률이 둔화될 것이고 수출은 악화되고 미국의 수출 중심 기업들은 또다시 달러 강세라는 이슈를 맞이하게 됐다”고 우려했다.
 
다만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성명을 발표해 금융 시장 혼란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연준은 필요할 경우 국제금융시장에 추가로 달러를 공급하겠다며 적극 개입 의지를 나타냈다.
 
이에 따라 연준의 금리 인상 시기는 더욱더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금리가 오히려 인하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상태다.
 
한편 일부 전문가들은 뉴욕 증시 반응이 과도했다며 장기적 미 증시 전망은 어둡지 않다고 내다봤다.
 
에릭 고든 미시간대학 교수는 “시장의 반응이 너무 과했다”면서 "실질적 브렉시트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뿐 아니라 중앙은행들이 적극적인 방어에 나서는 만큼 장기적으로 미 증시 전망은 나쁘지 않다"고 전망했다. 
 
밥 스토벌 S&P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 전략가 역시 “지금 가격이 하락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매수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다만 현재로써는 해외와 무역을 많이 하지 않는 종목들을 고르는 것이 현명하다”고 덧붙였다.
 
우성문 기자 suw1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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