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국내 경제·금융 전문가들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Brexit·브렉시트) 결정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국내 금융시장은 단기적으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브렉시트 결정에 따른 파급효과가 내수와 수출 등 실물경기에 주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예측하면서도 국내 증시, 채권, 외환 등 금융시장의 영향은 단기적으로 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전문가들은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대외 개방도가 높은 한국 경제도 악영향이 우려되는 만큼 금융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브렉시트에 따른 한국경제 영향은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으로 나눠볼 수 있다"면서 "일단 실물쪽으로 봤을 때 한국이 영국과 많이 연결돼 있지 않고 무역도 크지 않아 큰 영향은 없을 것 같다"고 진단했다.정 연구위원은 "금융시장은 단기적으로 불확실성 때문에 불안감이 고조되거나 투자와 소비가 위축될 수 있지만 영향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시간이 흐르면 브렉시트 사건을 금융시장에서 충분히 소화해 낼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그는 특히 "우리나라가 경상수지 흑자에 외환 공급이 잘되고 외환보유액도 장기외채가 별로 없어 외환건전성이 양호하다"면서 "단기적으로 영국이나 유럽연합(EU) 자금이 빠져 나갈 수는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안정적일 것으로 보이며 한국이 대영국 수출 비중이 크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큰 타격을 받지 않고 장기적인 영향도 거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브렉시트 여파가 우리나라에 직접적인 영향은 끼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브렉시트로 국제 금융시장이 흔들릴 가능성이 높은데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성 교수는 "브렉시트 영향으로 당장 증시와 외환시장이 출렁이고 있는데 이 같은 상황은 중장기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투표 결과보다는 이에 따른 앞으로의 불확실성이 글로벌 금융시장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 지가 더 문제"라고 꼬집었다.그는 "정부는 금융시장 안정과 실물경기 회복의 투트랙으로 대응해야 한다"면서 "글로벌 금융위기나 남유럽 재정위기 등을 돌이켜 보면 기초경제 여건에 따라 신흥국 내에서도 자금이탈 규모나 속도가 차별화되는 모습을 보였고 브렉시트 이슈도 이와 유사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실물경제는 아직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고 있고 금융시장은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면서 "단기적으로는 한국이 금융시장의 대외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충격이 불가피할 수는 있지만 단기간 제약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주 경제연구실장은 "한국경제에는 긍정적, 부정적 요소가 모두 있어 섣불리 판단하기 어려워 지켜봐야 할 것"이라면서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데 원화 약세에 엔화 강세 영향으로 수출기업에 호조가 될 유인이 크다"고 설명했다.주 실장은 이어 "반면에 세계경제가 브렉시트 여파로 크게 흔들린다면 수출 자체의 수요가 전세계적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부 특임교수는 "브렉시트로 인해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발전할 지는 좀더 지켜봐야 알 수 있다"면서도 "다만 분명한 것은 당분간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유럽에서 신흥국에 투자한 자금을 회수해 신흥시장에서 자금 경색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이라고 우려했다.오 교수는 이어 "한해 500억달러 정도 EU에 수출하는 한국은 브렉시트로 수출에 직간접적인 타격이 있을 것"이라며 "과거 유럽 금융위기 당시 수출 감소분을 감안하면 이번에는 EU를 상대로 10% 정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그는 "이미 한국은 중국 경제의 추락을 계기로 수출 중심의 경제 취약성을 경험했다"며 "이번 브렉시트는 내수 비중을 높이지 않으면 살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장보형 하나금융연구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브렉시트로 인한 국내 경제의 영향이 실물경제보다는 상대적으로 금융권에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예상이다.장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우리나라의 외국 교역 규모 중 영국의 비중은 1.4%에 불과하지만 우리나라 영국계 자금은 전체 외국인 자본의 23%인 500억 달러에 달한다"며"영국이 유럽연합(EU)의 대표적인 금융허브 역할을 해온 만큼 이번 브렉시트로 이들 글로벌 머니의 자산 재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고 이 과정에서 아시아를 비롯한 신흥국의 투자 포트폴리오가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장 연구원은 EU가 브렉시트 이후의 충격을 얼마나 견디냐도 중요한 관심포인트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와 EU의 무역 비중은 10%에 육박하고 G2인 미국과 중국도 EU의 무역 비중이 16%에 달한다"며 "EU가 브렉스트의 충격을 크게 받게 된다면 G2도 타격을 받을 수 있고 이 영향은 직접 우리나라에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그는 이를 대비하기 위해 "국내 금융사가 영국을 비롯한 EU와 교역하는 기업의 신용 리스크를 재평가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선제적인 리스크 위험을 줄이고 현지의 금융 흐름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이어 "영국에 거점을 두고 있는 글로벌 자금의 이동경로를 파악해 국내에 투자된 영국계 자금의 이동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가 브렉시트 충격에서 벗어나 비교적 안정된 흐름을 보였지만 긴장감을 늦춰서는 안된다고 조언했다. 특히 외국인 자금 유출 가능성이 여전히 국내 증시에 하방 압력을 가하고 있어 이런 회복세가 지속할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남긴다는 평가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는 "주요 외환시장이 안정화됐고 기관에서 대규모 순매수세가 유입되며 우려했던 것보다 진정된 모습이었으나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이 유출할 가능성이 단기간 존재한다"며 진단했다.이 박사는 "일각에서는 자동차 업종 등이 환율 하락에 따른 모멘텀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으나 오히려 유로화 가치하락이 더 커지고 있어 독일차 대비 현대차의 경쟁력이 약화할 우려가 더 크다"고 설명했다. 실제 현대차, 기아차는 이날 외국인 순매도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안병국 미래에셋대우 센터장도 외국인의 매도세에 주목했다. 일단 브렉시트 당일 우려가 증시에 과도하게 선반영된 영향이 버팀목이 돼주고 있으나 외국인이 추가적으로 매도세를 늘릴 경우 지수 반등에 한계가 있을 것이란 평가다.안 센터장은 "앞으로의 향방은 외국인이 어느 정도 규모로 매도하느냐이며 중요한 것은 수급적인 측면이기 때문"이라면서 지수의 의미있는 반등 또한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 불안감이 커진 것은 브렉시트가 시장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그는 "다만 불안감이 커지면 각국의 재정정책이 시장을 달랠 것"이라며 "저점은 1850포인트로 1900포인트 아래로 떨어지면 분할매수 관점에서 접근할 것"을 제안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단기적으로 브렉시트 영향은 거의 끝난 상황이며 하단이 밀려도 1900포인트 밑을 깨진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이 리서치센터장은 "2분기 실적이 부각될 다음주부터는 브렉시트 영향 자체가 빠르게 희석될 것"으로 평가했다.
마주옥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위기 이후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수준 아래로 주가지수가 장기간 하락한 경우는 없다"며 "단기적으로 추가하락의 위험은 있지만 7월 반등할 것"으로 관측했다.다만 마 연구원은"글로벌 외환시장에서 엔화 강세 현상은 대형 수출주에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브렉시트가 단기적으로 실물경제에 미칠 영향이 극히 제한적일 것이란 점도 이런 가능성을 키운다"고 덧붙였다.
국내 경제·금융 전문가들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Brexit·브렉시트) 결정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사진/뉴시스
박진아·차현정·김하늬·김형석 기자 toyou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