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리우 올림픽이 40여일 남은 가운데 국민들은 축구에 가장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 20일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가 발표한 설문조사를 보면 10~59세 남녀 4300명 중 53.8%가 축구를 가장 기대하는 종목으로 꼽았다. 한국이 참가하는 22개 종목 중 축구가 첫손에 뽑힌 셈이다. 가장 기대되는 선수로는 손흥민(27.2%)이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국민적인 관심은 부담감과 비례한다. 미디어에는 선수에 앞서 감독의 행보가 먼저 생중계된다. 홍명보 전 월드컵대표팀 감독 또한 지휘봉을 내려놓으면서 "홀가분하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이따금 대표팀 감독 자리를 놓고 '독이 든 성배'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다.
내셔널리즘을 쥐고 성장한 축구대표팀을 이끈다는 건 상상을 초월하는 위험성을 안고 가는 것이다. 그래서 그간의 대표팀 감독들은 항상 진중하고 비장했다. 나이가 많든 적든 대표팀 지휘봉을 잡는 순간 그들은 고독해졌다. 운동장 위에서는 누구보다 골똘히 생각에 잠기는 시간이 많았다. 선수들과도 자연스레 거리감이 생겼다.
하지만 리우 올림픽에 나설 신태용 감독은 조금 다르다. 과거 다른 감독들과는 달리 '형님 리더십'을 앞세워 선수들과의 벽을 허물었다. 원래 프로에서도 그랬던 감독이지만 대표팀에서도 이런 모습을 보여줄 것이란 예측은 많지 않았다.
신 감독은 훈련이 끝나면 선수들과 함께 목욕탕에 몸을 담근다. 어떤 선수들은 여자 친구 문제를 털어놓으며 고민 상담을 해온다. 성격이 조금 적극적인 선수는 "술 좀 사주세요"라고 다가오기도 한다.
모두 신 감독으로부터 들은 말이지만 거짓이 아니라는 걸 증명할 수 있는 사례가 하나 있다. 얼마 전 손흥민의 올림픽 대표팀 와일드카드 합류 여부가 언론에서 화제가 됐을 때다. 당시 손흥민은 자신의 거취가 너무도 궁금한 나머지 신태용 감독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상황을 물었다고 한다. 평소 신태용 감독의 지도방식을 몰랐다면 "선수가 감히 감독한테?"라는 말이 나왔을 법한 일화다.
여름 휴가철이 다가올 때면 'CEO가 휴가철 꼭 읽어야 할 책'과 같은 광고가 눈에 띈다. 당연히 리더십에 대한 얘기도 빠지지 않는다. 그때마다 리더십과 함께 등장하는 단어가 '소통'이다. 진짜 소통이란 무엇인지 이참에 온 국민이 지켜보는 대표팀 감독을 보며 곱씹어보는 건 어떨까. 마침 신태용 감독은 직설적인 화법과 격의 없는 태도로 새로운 리더십을 펼치는 중이다.
임정혁 문화체육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