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용민기자] 새누리당 8·9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대표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친박계 핵심 최경환 의원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총선 패배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고, 만약 낙마했을 경우 후폭풍을 감당하기 힘들다. 그렇다고 당권이 비박계로 넘어가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도 없다.
전당대회가 40여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친박계는 전당대회 출마를 놓고 혼돈스러운 모습이다. 유승민 의원이 불출마로 가닥을 잡고 김용태 의원과 정병국 의원의 후보 단일화 얘기가 나오는 비박계에 비해 친박계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최 의원의 고민이 끝나야 친박계의 교통정리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 의원이 당권 도전에 고민을 거듭하는 이유는 스스로 운신의 폭이 넓지 못하기 때문이다. 출마든 불출마든 길이 뚜렷히 보이지 않는다. 출마할 경우 총선 패배 책임론이 즉각 거론될 수 있다. 만의 하나 총선 책임론 역풍으로 선거에서 질 경우 친박계는 '폐족'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다른 친박계 후보와는 중량감이 다른 인물이기 때문이다.
폐족을 피하고 명맥을 유지하며 후일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당장 당권을 포기하고 조용히 숨을 죽이면 된다. 다음 대선에서 화려하게 부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으면 된다. 그렇다고 비박계가 당권을 차지하는 것을 손 놓고 지켜볼 수도 없는 입장이다. 비박계 대표가 탄생하는 순간 박근혜 정부의 레임덕은 앞당겨질 수 있다.
혁신비대위가 잠정 합의한 전당대회 룰도 최 의원을 망설이게 한다. 1인 1표제로 당 대표를 선출하면 이정현 의원과 이주영 의원 등 다른 친박계 후보들에게 표가 분산될 수 있다.
이 의원은 29일 PBC 라디오에 출연해 “(친박계 후보 단일화에) 절대로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친박계 교통정리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친박계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다른 친박계 의원과 이 의원이 활발한 소통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최근 친박계 사이에서는 단일지도체제로의 전환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급격히 힘을 받고 있다. 제왕적 총제로 다시 회귀할 수 없다는 것이 명분이다. 의원총회를 통해 비대위가 정한 '당 대표 분리 선출'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모을 것으로 보인다. 비박계는 당권을 차지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친박계의 그같은 시도를 적극 저지할 공산이 크다.
최경환 의원의 고민이 깊어지는 가운데 이정현 의원이 친박계 단일화를 거부했다. 최 의원(오른쪽)과 이 의원이 지난 22일 본회의장으로 향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