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우찬기자] 80대 노인이 인근에 많은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고 대로변 인도와 가까운 곳에 있는 농수로에 빠져 숨진 사건에서, 농수로 관리를 소홀히 한 농어촌공사에게 40%의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09단독 오상용 판사는 A(사망)씨의 자녀 등이 한국농어촌공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했다고 4일 밝혔다.
이 판결로 A씨의 배우자는 1600여만원, 자녀 5명은 600여만원씩 받을 수 있게 됐다. 다만, A씨의 손자와 손녀 10명에게는 위자료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농어촌공사는 농수로 관리자로서 위험표시판을 세우고 그 부근에 차단벽이나 철조망 등을 설치해 망인과 같은 인근 주민들이 접근할 수 없도록 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했어야 했다"면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그대로 방치한 과실이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A씨도 수심이 깊고 유속이 빠른 농수로에 접근하지 않거나 그 근처에 갈 경우 주의를 기울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텃밭에 물을 주기 위해 농수로에 접근하다가 주의를 게을리 했다"면서 농어촌공사의 책임을 40%로 제한했다.
경기 파주시 평화로 인근에 사는 A씨는 평소 텃밭에서 상추나 콩을 재배하면서 지냈다. 그러던 중 지난해 5월15일 밭일을 하면서 해당 농수로에 내려가 물을 뜨려고 하다가 농수로에 빠져 익사했다.
A씨가 일하던 텃밭 옆에 있는 농수로의 수심은 약 90㎝로 유속이 빨랐다. 농수로에는 주민들이 텃밭에 물을 주는데 사용하려고 만든 것으로 보이는 계단이 설치돼 있었다. 농수로 가까이에는 A씨가 살던 656세대의 아파트 단지 등이 있었다.
이 농수로는 농어촌공사가 점유·관리 중이었는데, 총 10여km 가운데 2km가량에만 펜스가 설치돼 있었다. A씨가 사망하기 한 달 전쯤에는 40대 남성이 농수로에 빠져 숨졌다. 농어촌공사는 40대 남성과 A씨가 잇따라 익사로 숨지자 농수로 부근에 방호조치를 위한 펜스를 설치했다.
서울법원청사. 사진/뉴스토마토 DB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