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손효주기자] “일시적으로 숨통을 트게 해준 ‘긴급수혈’에 불과하다. 유상증자 이후가 더 문제다”
GM대우의 최대주주인 GM이 지난 23일 진행된 4912억원의 유상증자 2차 청약에서 신주 전량을 인수했지만 이것이 결코 GM대우의 장기적 생존을 담보해주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시장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일단 시장은 이번 유상증자로 GM대우가 일시적으로나마 유동성 위기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데에는 대체적으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최근 마티즈 크리에이티브의 판매 호조와 미수금 확보로 현금흐름이 과거에 비해 양호해지고 있는 GM대우가 이번 유상증자로 4912억원을 더 확보하게 돼 일단 한숨은 돌렸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번 유상증자가 본격적인 유동성 위기를 잠시 늦춘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에 무게가 실린다.
업계에 따르면 GM대우는 다음달 3억달러를 비롯해 오는 2011년까지 50억달러(5조8천억원 가량)의 선물환을 갚아야 한다. 또 채권은행 여신도 1조5천억에 이른다. 이는 곧 유상증자로 확보한 4912억원의 자금이 단기적으로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 상환에 일부 사용될 수 있을 뿐 장기적인 생존을 위한 신차 연구 및 개발 비용, 생산 비용 등으로는 사용되려야 될 수 없다는 말이 된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기계산업팀장은 “지난해 GM대우 R&D(연구개발) 예산의 경우 2008년 9월 GM본사 차원에서 6000억원 가량 배정된 바 있다”며 “그러나 올해는 11월이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지만 GM은 GM대우에 대한 R&D예산을 배정조차 하지 않고 있어 GM대우의 유동성 위기가 빠르면 오는 연말부터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R&D 자금 미확보로 완성차 업계의 매출을 대폭 끌어올릴 수 있는 신차출시가 지지부진해질 경우 유동성 상황은 더욱 악화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수출 비중이 90%를 차지하는 GM대우의 매출 구조상 원화가 강세를 보이며 환율이 하락하는 최근의 상황은 수출로 매출을 신장시켜 신규 유동성을 확보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이유로 결국 산업은행의 1조원 지원 여부가 GM대우 생존의 관건이 될 거라는 주장들이 나온다.
그러나 이번 유상증자로 상법상 한 기업을 쥐락펴락 할 수 있는 지분 3분의 2를 훌쩍 넘는 70% 이상의 GM대우 지분을 GM이 확보해 GM의 경영권이 한 층 더 막강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당장 1조원이 지원된다 해도 GM의 한층 막강해진 경영권을 뚫고 채권단이 지원금의 사용처를 확인할 수 있는 명시화된 방법이 없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한 업계 전문가는 “GM이 이번 유상증자로 GM대우에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는 명분을 얻은 다음 산은을 압박해 1조원을 지원받고, 그 돈을 GM의 회생이나 중국, 미국내 신규공장 설립 등에 전용한 다음 GM대우를 철수해버린다는 시나리오는 누구나 쉽게 예측할 수 있는 것”이라며 “이렇게 GM의 수가 뻔히 읽히는 지금 상황에서는 산은이 1조원을 지원하지 않고 생산량 보장 등의 협상 선결조건을 초강수로 밀어붙이는 것이 최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GM의 ‘먹튀’가 예상되는 상황을 감안해 시장 일각에선 결국 GM대우를 파산시킨 후 ‘대우자동차’로 독자생존시키는 것이 최선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고 요청한 한 전문가는 “지금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산은이 1조원을 지원하지 않고 이후 GM이 70%의 경영권을 이용해 GM대우 철수를 서서히 실현 시켜나갈 경우 유동성 악화로 GM대우가 파산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3~4년 정도라는 말들이 흘러나오고 있다”며 “이렇게 3~4년의 시간을 낭비하느니 채권단이 GM대우를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한 다음 감자, 출자전환 등을 통해 GM의 경영권을 국내 자본에 넘기고 대우차로 다시 부활하게 하는 것이 노동자들의 장기적인 고용보장을 위해서도 좋은 방법이 될 거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산은과 GM의 1조원을 가운데 둔 팽팽한 자존심 싸움은 형식적인 만남만 거듭한 채 내년 6월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힘을 얻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GM은 지자체 선거기간 지역표심을 감안해 정치권이 산은에 1조원 지원을 압박하게 될 것이라는 수를 읽고 이번 유상증자 이후 별다른 지원을 하지 않은 채 내년 6월까지 상황만 주시할 것”이라며 “산은도 차츰 악화될 GM대우 유동성 상황과 내년 6월 예측되는 압박을 대비해 2대 주주이자, 채권은행으로서 구체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