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수년 동안 공공기관 입찰에서 담합한 혐의를 받고 있는 고강도 콘크리트 파일(PHC·Prestressed High-strength Concrete pile) 제조업체 대표와 임원들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부장 이준식)는 한국원심력콘크리트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이자 PHC 파일 생산업체 S사 대표이사 이모(61)씨 등 5명을 입찰방해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4일 밝혔다.
검찰은 이씨 등과 공모해 담합에 가담한 것으로 조사된 D사 대표이사 전모(47)씨 등 15개 업체 전·현직 임원 18명을 입찰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씨 등은 지난 2011년 7월부터 올해 5월까지 조합과 회원사 간 PHC 파일 구매 입찰 건에 1360회에 걸쳐 담합으로 참여해 낙찰금 총 6563억원 상당의 이익을 얻는 등 조달청 등 공공기관의 입찰을 방해한 혐의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미리 '낙찰예정회사'와 '들러리회사'를 지정한 후 낙찰예정회사는 미리 정한 금액으로 투찰하고, 들러리회사는 이보다 조금 높은 금액으로 투찰하면서 나머지는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 방법을 이용했다.
이런 방법으로 낙찰예정회사가 낙찰받도록 하거나 고의로 무응찰, 단독응찰 또는 예정가격 초과로 낙찰자를 선정하지 못하도록 하고, 애초 제한경쟁 방식을 수의계약 방식으로 전환하게 한 후 특정 업체가 수주한 것으로 조사됐다.
담합을 구체화하기 위해 조합 회원사 소속 영업담당 임직원은 매주 1회씩 조합 사무실 등에서 실무자협의회 등 회합을 개최하고, 입찰공고 건별로 낙찰받을 회원사와 물량을 배정했던 것으로도 드러났다.
이번에 구속 기소된 조합 전무이사 강모(61)씨는 2012년 6월과 9월 제주에 있는 골프장 등에서 서울지방조달청 직원을 상대로 입찰에 관한 각종 편의를 봐달라며 총 140만원 상당의 골프 접대와 향응을 제공하는 등 뇌물공여 혐의도 받고 있다.
조합 전략기획실장 박모(55)씨는 입찰방해 외에도 2012년 10월부터 올해 6월까지 회원사 간 납품거래에 개입해 특정 업체가 실제보다 높은 납품대금을 받도록 한 후 리베이트 방식으로 총 9억원 상당을 챙기는 등 사기 혐의가 추가돼 구속 기소됐다.
앞서 검찰은 이들 업체의 납품 담합 의혹을 포착해 지난 5월24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조합 사무실과 삼전동 S사 등 총 11곳을 압수수색하면서 이번 수사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가 고강도콘크리트(PHC) 파일 입찰 과정에서 관련 업체들이 담합한 정황을 포착하고 압수수색에 나선 지난 5월24일 오후 서울 송파구 한국원심력콘크리트공업협동조합 사무실에 조합 관계자가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