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에 빠진 화장품, 신제품은 뒷전?

입력 : 2016-07-07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성수기자] 캐릭터에 빠진 화장품업계가 정작 신제품 개발은 뒷전으로 미루고 있다는 지적이다.
 
6일 뷰티업계에 따르면 로드숍 브랜드를 중심으로 카카오프렌즈, 라인프렌즈부터 도라에몽, 미키마우스까지 모바일 메신저의 인기 캐릭터를 비롯해 영화와 애니메이션까지 넘나드는 다양한 캐릭터를 제품 패키지에 입힌 한정판 제품이 연이어 출시되고 있다.
 
LG생활건강(051900)의 더페이스샵과 아모레퍼시픽(090430)의 이니스프리·에뛰드하우스, 에이블씨엔씨(078520)의 미샤·어퓨, 토니모리(214420) 등 주요 화장품 로드숍 브랜드들이 잇따라 캐릭터 라이선스 컬래버레이션(협업) 제품을 내놓으며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더페이스샵은 카카오프렌즈와 함께 '더페이스샵 X 카카오프렌즈 컬래버레이션'을 출시했다. 지난 3월 첫번째 협업 제품의 초도물량이 완판되는 등 인기가 높아지자, 지난 5월에는 새로운 캐릭터 라인을 추가한 '시즌 2'를 선보였다.
 
LG생활건강에 따르면 '베이비 선 쿠션'의 경우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로 용기 디자인을 바꾸자 판매량이 기존 대비 5배 가량 늘었다. '캐릭터 마스크 시트'도 기존 마스크 시트와 비교해 3배 더 판매됐다.
 
더페이스샵은 지난 5일에도 쿠션, 마스카라, 립 제품에 미키마우스와 곰돌이 푸(위니 더 푸), 몬스터 주식회사 마이크 등 디즈니 캐릭터를 담은 '더페이스샵 X 디즈니 컬래버레이션' 제품 50여종을 새롭게 출시했다.
 
이니스프리는 원숭이 캐릭터로 유명한 폴프랭크와 컬래버레이션했으며 에뛰드하우스와 아리따움은 각각 앵그리버드, 바바파파 캐릭터 제품을 선보여 완판을 기록했다.
 
미샤와 어퓨도 캐릭터 제품을 대거 선보이고 있다. 미샤는 카카오프렌즈의 라이벌 격인 라인프렌즈와 컬래버레이션했으며, 최근 중국, 대만, 홍콩 등 아시아 12개국에 대한 라이선스도 획득해 해외시장에서도 캐릭터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도라에몽, 원더우먼, 어린왕자, 짱구, 리락쿠마 등의 캐릭터도 미샤와 어퓨 제품에 새겨지고 있다.
 
토니모리는 일본 로봇 캐릭터 아톰을 제품 용기에 담았다.
 
이들은 대체로 신제품 개발보다는 캐릭터를 앞세운 기존 상품의 패키지 리뉴얼에만 집중하는 모양새다. 캐릭터 라이선스 제품은 새롭게 출시하는 신제품이 아닌 기존 인기 제품의 패키지 디자인에 캐릭터를 입힌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업계는 각 브랜드를 이끌어 나갈 혁신적인 신제품의 개발보다는 이미 검증된 유명 캐릭터의 라이선스를 사들인 후 기존 제품 포장에 새겨넣어 고객들의 구매를 유도하려는 행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토니모리의 경우 출시 직후 1분에 약 3.8개가 판매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던 '립톤 겟잇 틴트'에 아톰 캐릭터를 입혔다. 기존 제품과 비교해 달라진 것은 새로운 시즌 컬러 2종을 추가한 수준에 그쳤다.
 
미샤의 원더우먼 캐릭터 제품도 지난해 출시해 4개월만에 200만개 이상 판매한 'M매직쿠션'과 'M매직쿠션 모이스춰' 제품 용기 디자인에 원더우먼을 입힌 사례다.
 
이밖에도 기존 제품의 용기 디자인에 캐릭터를 입히고 리필용품 등을 추가하며 세트로 구성해 가격을 다소 올려받는 경우도 있으며, 일부 브랜드의 경우 캐릭터 제품으로 리뉴얼하면서 용량을 소폭 늘리면서 가격을 올리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캐릭터 디자인을 사용하면서 판매금액의 5% 내외를 로열티로 지불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이 같은 캐릭터 라이선스 상품의 인기는 단기적으로는 수익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결국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다.
 
'한정판'이라는 단어를 앞세우며 소비심리를 자극하고 있지만 바꿔 말하면 라이선스 판매 기간이 한정돼있다는 뜻인데다, 상대적으로 빠른 유행 속도로 인해 장기간 판매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가 캐릭터 라이선스 상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는데, 사실상 '남의 물건'이나 다름없다"며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브랜드의 얼굴로 내놓을만한 혁신적인 신제품 발굴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화장품 로드숍 브랜드가 모여있는 서울 시내 한 면세점의 모습. (사진=뉴스1)
 
이성수 기자 ohmytru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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