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기자] 국내 자동차시장 판매는 유가보다는 정책에 따라 변동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고유가 시기에 판매량이 낮고 저유가 시기에 판매량이 많은 유럽과 상이한 모습이다.
10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관련 정부 정책은 경제성장률이 낮은 시기 판매량 유지·증가에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9년 판매량 신장에 크게 기여한 노후차교체 세제지원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당시 유가는 낮았으나 낮은 GDP 성장률을 기록하며 4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14.9% 감소한 자동차 판매를 보였다. 이에 정부는 5월 노후차교체 세제지원 카드를 뽑아들었다. 이후 연말까지 국내 자동차 판매량은 전년비 40.6% 크게 뛰었다.
이같은 흐름은 유가가 상대적으로 높았던 시기에도 유사한 양상을 보였다. 최근 10년 사이 가장 높았던 리터당 1.76달러의 유가를 기록했던 2012년 월 평균 판매량은 9만7991대로 같은기간 가장 낮은 1.24달러의 유가를 보인 2009년 9만7895대와 유사한 판매량을 유지했다. 정부가 개별소비세 인하로 판매량 감소를 완화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개소세 인하 적용전인 3월까지는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7.9%의 하락폭을 보였으나, 적용 이후에는 1.3%로 감소세가 대폭 완화됐다. 지난해 개별소비세 인하 발효전인 8월까지 전년 동월 대비 평균 4.5%의 판매 성장률을 기록하다 인하 이후 평균 18%로 크게 뛰어오른 점 역시 이를 방증하는 수치다.
국내시장 자동차 판매는 유가보다 정부 정책에 보다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 강남 도산대로를 주행 중인 자동차들. 사진/뉴시스
국가 경제상황과 유가하락은 자동차 판매에 영향을 주는 요소로 꼽힌다. 특히 유가하락의 경우 유류를 주연료로 소비하는 자동차 판매에 유리한 환경이다. 최근 세단 차종 대비 연료 소모량이 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판매량의 증가한 점 역시 호재로 작용한다.
경기가 저성장일 경우 국가 차원의 내수 활성화 정책을 동원해 인위적으로 자동차 판매량에 영향을 주는 이유도 경제상황과 자동차 판매가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금융위기 시기를 제외하고 판매량이 고유가 시기에 낮고, 저유가 시기에 높은 유럽시장과 상반된 모습이다.
유럽시장의 경우 2011년부터 리터당 2달러가 넘는 고유가가 3년간 지속되며 월 평균 판매량이 2007년(리터당 1.79달러) 140만대 대비 뒷걸음질친 100만~110만대 수준에 머물렀으나 리터당 1.62달러였던 지난해 125만대 수준까지 판매량이 회복됐다.
다만, 국내 역시 유가 하락이 세그먼트별 판매비중 변화에는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터당 1.37달러의 유가를 기록했던 지난해 1000cc 미만 경차종의 판매 비중은 11.8%로 리터당 1.74달러였던 2014년 13.4% 대비 1.6%포인트 감소했다.
자료/한국자동차산업협회
전년 대비 0.3달러 하락한 유가를 보인 2009년 경차 판매 비중이 2.4%포인트 하락한 10.6%를 기록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반면, 2000cc 이상 차종은 유가하락세가 뚜렸했던 지난해 전년비 1.7%포인트 오른 21%의 판매 비중을 차지했다.
한편, 자동차가 필수품으로 여겨지는 미국 시장에서는 유가보다 소비자 개개인의 경제적 요인에 의해 전체 판매가 좌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타 국가에 비해 비교적 유류부담이 적은 탓으로 분석된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