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손안의 가상비서①)'음성명령'으로 물건 사고 음악도 듣고

아마존·구글·애플 등, '음성인식 홈 어시스턴트' 기기 경쟁 뜨거워

입력 : 2016-07-10 오후 12:00:00
'아이언맨'의 든든한 조력자 '자비스'같은 인공지능 가상비서가 일상으로 성큼 다가왔다. 알렉사, 코티나, M, 시리 중 익숙한 이름이 있다면 아마도 가상비서를 한번이라도 접해봤거나 옆에서라도 봤을 가능성이 높다. 각각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MS), 페이스북, 애플에서 개발했거나 개발 중인 가상비서다. 최근 가상비서는 도약을 준비 중이다. 목소리 하나로 간단한 명령 수행과 물건 구매를 할 수 있는 '음성 가상비서'와 메신저 세대를 위한 문자 대화형 가상비서 '챗봇'을 두 축으로 글로벌 기업들의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가상비서는 어디까지 발전했는지, 우리 삶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 지 두 차례로 나눠 살펴본다. 
 
[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아마존과 구글, 애플 등 IT 공룡들이 스마트홈, 이른바 '홈 어시스턴트' 분야에서 전쟁을 시작했다. 가장 앞서가고 있는 곳은 아마존이다. 아마존은 지난 2014년 11월 인공지능 가상비서 '알렉사'가 탑재된 스피커형 디바이스 '에코'를 출시했다. 에코는 지금까지 300만대 이상이 팔리며 흥행 몰이를 하고 있다. 
 
구글과 애플은 에코의 흥행을 바짝 뒤쫓고 있다. 구글은 지난 5월 각각 알렉사와 에코의 대항마인 '구글 어시스턴트'라는 대화형 음성비서 서비스와 이를 지원하는 스피커 '구글 홈'을 발표했다. 애플도 현재 에코 같은 스마트 스피커를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음성인식형 가상비서가 주목받는 까닭은 가장 자연스러운 소통 방식인 '대화'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수 미 팬실베니아대 와튼경영대 교수는 "음성은 가장 자연스러운 소통방식으로 음성을 인식하는 가상비서가 나온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며 "음성 인식은 사용자가 배우기 쉬운 방식인 데다 계속 스마트폰을 찾아야 할 필요도 없어서 훨씬 편리한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아마존 '에코', 스마트홈의 가능성 발견
 
아마존 에코는 스마트홈의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원을 따로 켜거나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알렉사'라고 부르기만 하면 스피커가 파란 불빛을 내며 반응한다. '오늘이 며칠이지?', '오늘 날씨는 어때?' 같은 간단한 정보 제공부터 '음악 좀 틀어줘', '타이머 5분 설정해줘', '휴지 좀 주문해줘' 같은 명령 수행도 할 수 있다. 피자를 주문하거나 우버 차량을 부르는 일도 가능하다. 사물인터넷 제품을 연결하면 불을 켜거나 끄고 창문을 닫는 일 등도 할 수 있다. 
 
먼 거리의 소리도 인식하고 음악 같은 소음 속에서도 필요한 음성을 분간해낼 수 있는 마이크 기능 덕분이다. 또 클라우드로 연결돼 작동하는 알렉사의 두뇌 덕분에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가격도 180달러로 크게 비싸지 않아 경제성과 편의성을 모두 갖추고 있다는 평이다. 
 
아마존 에코. 사진/아마존
 
에코는 아마존의 차세대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는 지난 5월말 한 컨퍼런스에서 에코가 전자상거래, 아마존프라임, 아마존웹서비스(AWS)에 이어 4번째 성장 기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아마존은 에코 생태계 확장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휴대가 가능한 모델인 '에코탭'과 내장 스피커 없이 다른 스피커와 연결해 쓰도록 한 '에코닷'을 선보였다. 거실에는 에코를 두고 각 방에는 에코탭이나 에코닷을 놓고 쓰도록 한 것이다. 에코의 강점인 쇼핑 기능도 크게 향상됐다. 에코를 통해 아마존에서 구매할 수 있는 물건이 늘어난 것이다. IT전문매체 벤처비트에 따르면 지금까지는 기존 주문 기록이 있는 상품이나 아마존 추천 상품만을 에코로 구매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의류나 신발 등 일부 상품을 제외한 대부분의 물건을 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에코의 성공 비결은 '열린 생태계'다. 한상기 소셜컴퓨팅연구소장은 최근 한국인터넷진흥원 리포트를 통해 "(에코는) 우버를 불러주고, 도미노 피자를 주문하는 등 외부서비스와 새로운 생태계를 구성했다"며 "이런 에이전트들 간의 상호 연계와 복합 서비스 제공은 앞으로 가장 먼저 우리 사회에 큰 영향을 주는 인공 지능 기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진화한 음성인식 선보인 '구글 홈'
 
구글도 반격에 나섰다. 구글은 지난 5월 열린 개발자회의에서 구글 어시스턴트를 탑재한 구글홈을 공개했다. 에코와 마찬가지로 사람의 말을 인식해 명령을 수행하는 인공지능 스피커다. 구글은 연내에 구글 홈을 출시한다는 방침이다. 
 
마리오 퀴에로스 구글 크롬캐스트 제품관리 담당 부사장이 지난 5월 열린 개발자회의에서 구글홈의 기능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AP
 
구글홈의 가장 큰 강점은 문맥 해석이다. '우주에는 별이 몇 개나 있지? 그 중 가장 가까운 건 뭐야? 그걸 찾아서 TV에 틀어줘.'라는 문장을 해석해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에코나 시리 같은 음성인식 인공지능은 한 번에 한 문장 밖에 해석하지 못했다. 그래서 연속적인 질문이나 명령을 할 경우 제대로 된 결과를 도출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구글홈은 연속적인 문장을 해석하는 문맥 해석이 가능하도록 했다. 
 
미국의 IT매체 씨넷은 "구글 어시스턴트가 수행할 수 있는 대화의 질이 높다는 점에서 구글 홈이 아마존 에코보다 더 강점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구글의 강력한 검색엔진을 품고 있으며 구글이 수집한 개인 이력과 활동정보, 구글 서비스에 의존한 데이터를 통합해 보여주거나 제시할 수 있다는 점도 인공지능으로써 구글홈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다. 멀티 룸, 여러 계정 지원, 크롬캐스트 연동, 다양한 언어 지원 등도 에코에 비해 발전한 면들이다. 
 
다만 아마존 에코가 이미 많은 제3의 기기들과 연동해 범용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후발주자인 구글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외부 호환 기기나 서비스를 더 빨리 확보해야 한다는 과제가 있다. 감성적인 부분에서도 구글홈 보다는 에코가 앞선다는 지적이다. '알렉사'라는 이름이 있는 에코는 캐릭터가 있는 일종의 가상인물처럼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오케이 구글'로 명령을 시작하는 구글홈의 경우 하나의 캐릭터나 인물보다는 단순한 기계로 인식되기 쉬워 친근한 느낌을 주기 어렵다. 
 
뒤쳐진 애플, '홈킷'으로 승부수
 
애플도 뒤질세라 홈 어시스턴트 시장에서 본격적인 대응을 시작했다. 주요 외신들은 지난달 말 애플이 인공지능 비서 시리를 탑재한 가정용 스피커를 내놓는다고 보도했다. 아마존 에코나 구글홈 같은 제품을 애플도 만들기로 한 것이다. 애플 스피커 역시 다양한 언어의 음성명령을 수행하며 음악을 틀거나 뉴스 헤드라인을 읽어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애플은 이미 지난 2014년 6월 홈 어시스턴트 프로그램인 '홈킷'을 선보인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전시회에서만 관련 기기들을 선보이고 제대로 된 움직임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세계개발자대회'에서 애플은 홈킷의 새로운 사용방식으로 사물인터넷 앱 '홈'을 선보였다. 홈킷을 위한 전용 앱으로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서 해당 앱을 실행하면 연동된 모든 기기를 터치 한 번에 제어할 수 있다. 애플TV와 애플워치에서도 연동해 홈 앱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눈에 띄는 점은 각각의 기기를 개별적으로 제어하도록 한 것이 아니라 묶음으로 제어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스마트기기들 사이에 통신이 이뤄지면서 가능해진 기술이다. '씬(Scene)'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개념은 하나의 상황을 위해 여러 개의 기기들을 복합적으로 통제하도록 했다. '굿나잇' 씬을 선택하면 조명을 끄고 커튼을 닫고 온도를 낮추는 등 미리 지정해 놓은 설정을 한 번에 실행할 수 있는 식이다. 
 
지난 2011년 시리를 처음 선보이며 음성인식 가상비서 시장을 선도하고, 에코보다 먼저 홈 어시스턴트 프로그램을 내놓은 애플이 시장에서 후발주자로 뒤쳐진 데에는 '폐쇄적 정책'이라는 문제점이 있었다. 프라이버시 중심 정책을 내세우면서 시리 기능을 제3자에게 개방하지 않아 광범위한 사용성을 만들어 내는 데 실패했던 것이다. 애플은 이번에는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시리를 다른 회사의 앱에도 활용할 수 있게 하면서 생태계를 확대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통합 플랫폼' 구축이 경쟁력 좌우
 
향후 홈 어시스턴트 분야의 핵심 경쟁력으로는 통합성이 거론되고 있다. 집 안의 여러 기기를 한 번에 조작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플랫폼은 홈 어시스턴트를 정보와 서비스 중심으로 볼 것인지, 대화형 커머스로 볼 것인지, 지능형 기기 제어로 볼 것인지에 따라 앞으로의 발전방향이 달라질 것으로 전망이다. 현재까지 나온 기기나 정보 등을 두고 비교하자면 아마존 에코는 대화형 커머스, 구글홈과 애플 홈킷은 지능형 기기 제어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한상기 소장은 "아마존, 구글, 애플이 경쟁하는 음성 기반 에이전트를 활용하는 홈 어시스턴트에서 누가 최종 승자가 될 것인지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현재 기능적인 면에서는 아마존의 편리성이 크지만, 기술 잠재성에서는 구글이 가장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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