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아파트 분양권 매수자가 내지 않은 중도금에 대해 매도자가 근저당을 설정한 후 대출금으로 모두 납부했다면 이는 매수자의 손해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성모(59·여)씨가 이모(46·여)씨를 상대로 낸 계약금반환 소송에 대한 상고심에서 이씨가 성씨로부터 손해배상액을 제외한 2589만원을 받은 후 소유권이전 등기절차를 이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고법에 돌려보냈다고 11일 밝혔다.
재판부는 "매도인인 이씨가 근저당권 설정 등기를 말소하지 않는다고 해서 바로 소유권이전 등기의무가 이행 불능이 됐다고 할 수 없다"며 "성씨가 자신의 매매대금 지급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이상 근저당권 설정 등기 말소의무로 인한 이씨의 채무불이행 책임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성씨와 이씨는 지난 2010년 7월9일 전북 전주시 덕진구 송천동에 있는 한 아파트 분양권을 2억329만원에 매매한 계약을 체결했으나, 성씨는 계약금 4020만원과 중도금 700만원 외에는 지급하지 않았다. 이씨는 이 아파트를 담보로 1억7400만원을 대출받아 잔금을 모두 지급하고, 근저당권 설정 등기를 마쳤다.
이에 성씨는 대출금 상당의 손해배상금 1억7400만원을 주장하며, 이씨를 상대로 분양대금 2억329만원과 프리미엄 1000만원, 중개수수료 200만원에서 이미 지급된 4720만원을 제외한 잔금 1억6809만원을 손해배상액에서 뺀 약 590만원을 지급하는 것과 함께 소유권이전 등기절차를 이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이씨가 근저당권을 설정하고 대출을 받았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성씨가 대출금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 손해배상액을 인정하지 않았고, 이씨는 성씨로부터 잔금 1억6809만을 받은 후 소유권이전 등기절차를 이행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이 사건 대출금의 채무자인 이씨가 대출금을 변제하지 않으면 성씨는 아파트의 소유권이전 등기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해 대출금을 변제하지 않을 수 없으므로 아파트에 설정된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액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며 손해배상액을 인정했다.
2심 재판부는 이씨가 받을 금액을 분양대금과 프리미엄, 중개수수료 외에도 조합원 업무대행비, 대출금에 대한 이자 등을 포함한 2억4709만원에서 성씨가 이미 지급한 4720만원을 공제한 1억9989만원으로 책정하고, 여기에서 손해배상액 1억7400만원을 뺀 2589만원을 최종 지급 금액으로 판단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