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u)속독은 아니한 만 못해…'암탉 알 품듯' 인내심 가지고 음미해야

‘차례읽기’ 중요, 읽는 중·완독 후에도 다시 확인을

입력 : 2016-07-12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윤다혜기자] 고전 읽기는 시작부터 난항에 부딪히기 쉽다. 고전 읽기를 시작하기 위해 필요한 준비와 기본적인 접근법은 무엇일까. 일반 독서법에서도 강조하듯이 차례 읽기가 가장 중요하다. 다만 다른 점이라면 책을 읽기 시작할 때뿐만 아니라 읽는 도중, 다 읽고 난 후에도 차례를 보게 한다는 점이다.
 
차례 보며 본문 예측
 
차례를 읽으면 내용의 전체 틀을 파악할 수 있다. 이때 차례를 보면서 본문의 내용을 예측해 보도록 한다. 본문을 읽는 중에도 차례를 살펴보며 앞으로 전개될 내용을 확인하게 한다. 책을 다 읽은 후에도 다시 한 번 차례를 훑어보며 자신이 읽은 내용을 상기해 보도록 한다. 그러면 전체 내용을 보다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
 
머리말도 필독
 
머리말 역시 필독해야 한다. 저자들이 가장 공들이는 부분으로 그 책을 쓴 목적이나 방향을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책의 핵심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 머리말을 읽으면 그 책의 절반은 읽었다고 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이 쓴 책의 요약글을 읽기보다 저자가 직접 심혈을 기울여 쓴 머리말을 읽는 것이 책을 이해하는 데 훨씬 도움이 된다.
 
‘역자의 말’ 내용 이해 도움
 
외국 고전이라면 '역자(번역가)의 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역자는 보통 그 방면의 전문가이다. 누구보다 전문적인 식견을 갖췄을 뿐 아니라 그 작품을 누구보다 많이, 깊게 읽은 사람이기 때문에 역자의 말은 우리에게 여러 가르침을 준다. 또한 역자가 어떻게 작품을 번역하게 됐는지 번역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등에 대해서도 자세히 언급하기 때문에 작품에 대한 보다 폭넓은 이해를 얻을 수 있다.
 
인문·철학은 해설에 비중
 
특히 인문, 철학 고전은 머리말이나 작품 해설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왜냐하면 그 배경이 되는 이야기들이 상세히 언급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쓴 '명상록'에서는 이 작품을 쓴 저자가 로마의 황제이며 수많은 전쟁터를 누비면서 짬짬이 이 글을 썼다는 사실과 만성 위경련으로 평생 약을 달고 살았다는 이야기가 소개된다. 이러한 사실들을 미리 알게 되면 책에 대한 느낌과 이해가 사뭇 달라진다.
 
천천히 읽는 습관 들여야
 
속독에 익숙한 아이들은 고전 역시 빨리 읽고 싶어 한다. 고전의 경우 그런 식으로 읽었다가는 글자 읽기로 끝나고 만다. 따라서 지겨워하고 힘들어하더라도 천천히 읽는 습관을 길러줘야 한다. 천천히 읽으면 빨리 읽을 때는 알 수 없었던 것들을 발견하고 배우게 되기 때문이다.
 
'암탉 알 품기식 독서법'
 
송 교사는 일명 '암탉 알 품기식 독서법'을 권했다. 이는 암탉이 달걀을 부화시키기 위해 20일을 품듯이, 한 책을 20일 정도 품으며 읽는 독서법이다. 20일은 달걀이 병아리로 부화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이다. 고전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도 품는 시간이 필요하다. 가급적 많은 날 동안 품고 있어야 고전의 내용을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다.
 
일반도서 보다 일찍 시작
 
송 교사에 따르면 독서 전문가들의 독서 권장량은 저학년 때는 일주일에 2권, 고학년 때는 1권 정도이다. 이는 일반 책의 경우로 고전은 이보다 훨씬 오랜 기간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빨리 읽다가 ‘탈’ 나
 
또 한 번에 읽어 치우는 방식은 피해야 한다. 밥을 빨리 먹으면 배고픔은 달래줄지 몰라도 탈이 나기 쉽고 영양분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책을 빨리 읽으면 줄거리는 파악할 수 있지만 단편적인 지식을 얻는 데 그친다. 천천히 곱씹어 읽는 사이 정보들이 서로 관계를 맺으며 이해를 돕고 어휘력과 사고력을 향상시킨다.
 
정독 습관 들이도록 교육
 
많은 아이들이 정독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아무리 이야기해도 급하게 읽고 대충 읽기 일쑤이다. 정독의 경험이 없거나 정독의 기쁨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독을 돕기 위해서는 먼저 빨리 읽는 것을 칭찬해선 안 된다. 평소 아이가 책을 많이, 빨리 읽을수록 좋아하고 칭찬했다면 정독 습관을 길러 주기란 대단히 힘들다. 부모가 먼저 생각을 고쳐야 아이의 독서습관이 바뀔 수 있다. 아이의 독서 시간이나 독서량보다 내용을 얼마나 이해했는지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책으로 대화하는 것도 권할만
 
또 다른 방법은 아이와 대화하면서 읽는 것이다. 특히 '소학', '논어'와 같은 인문, 철학 고전은 이 방법이 효과적이다. 아이와 함께 책 한 쪽을 5분간 읽고 그 내용에 대한 생각과 느낌을 나눈다. 이런 식으로 읽다 보면 아이는 빨리 읽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자연스레 꼼꼼히 읽게 된다. 같이 읽는 것이 부담된다면 소리 내어 읽게 하자. 글을 소리 내어 읽다보면 어쩔 수 없이 천천히 읽게 되므로 정독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단 10분 정도가 적당하다.
 
분량·시간 정하는 것도 효과적
 
읽을 분량과 시간을 정해 주는 것도 정독에 좋다. 예를 들어 아이가 30쪽을 읽는 데 30분 정도 소요된다면 40~50분 정도 시간을 줘 똑같은 분량을 여유 있게 읽게 한다. 상대적으로 시간의 여유가 생겨 제대로 음미하며 읽을 수 있다. 정독에 충분히 익숙해졌다면 그 후에 중요한 부분만 읽는 약독이나 발췌독으로 넘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제17호 뉴스킨 희망 도서관’ 개관식이 열린 지난 4월1일 오후 경기 가평군 상색초등학교 희망도서관에서 학생들이 책을 고르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다혜 기자 snazzy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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