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편의점 점주들이 직접 야간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아르바이트생에게 4대보험, 주휴수당(유급휴일) 등 다 주고 나면 오히려 점주들 월급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칩니다. 그런데 또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우리는 어쩌란 말입니까."
12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 현장에서 만난 한 편의점주의 얘기다.
매장 운영상 아르바이트생 고용이 필요한 편의점, PC방, 주유소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이날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하며 거리로 나왔다. 지금까지 매년 최저임금 인상안이 논의됐지만 소상공인들이 길거리로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역시 최저임금 인상안 합의과정이 순탄치 않다. 매년 합의점을 찾는 데 난항을 거듭했지만 올해는 입장차가 더 크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급 6030원으로, 주 40시간, 월 209시간 기준으로 환산하면 월 126만270원이다. 노동계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 최저시급 6030원 대비 65.8% 오른 1만원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경영계는 동결을 주장하며 맞서고 있다.
최저임금은 인상해야 마땅하다. 세계 각 국도 내수경기 활성화와 양극화 해소를 위해 최저임금 인상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 이면에는 그늘도 적지 않다. 당장 직격탄을 받는 이들은 소수의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영세 자영업자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4년 폐업한 자영업자 수는 68만604명에 이른다. 가뜩이나 힘든 삶을 살고 있는 이들에게 '최저임금 인상'은 죽으라는 소리나 다름없다.
현장에서 만난 한 편의점주에 따르면 3명이 교대로 근무해야 하는 편의점의 경우 매달 인건비 320만원, 4대보험 100만원가량이 부담된다. 이 역시 점주가 야간근무를 담당한다는 전제에서다. 때문에 편의점주들 사이에서는 "자영업을 포기하고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려가는 편이 낫겠다"는 말까지 나온다. 통계청 조사 결과,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자영업자 수는 556만명이다. 이 가운데 25%는 인건비, 임대료, 세금, 보험료 등을 제외하고 나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수익으로 한 달을 생활하고 있다.
'원수근화(遠水近火)'라는 말이 있다. '멀리 있는 물은 가까운 불을 끄는 데 아무 소용이 없다'는 뜻이다. 멀고도 심오한 해법을 찾다가 눈앞에서 어려움을 호소하는 영세업자들을 더 궁지로 몰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자칫 또 다른 형평성의 문제를 낳을 수도 있다. 일률적인 최저임금 인상보다 지역별, 업종별 최저임금제 차등 도입 등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이 필요한 때다. 영세 자영업자들을 포함한 국민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최저임금이 책정되기를 기대해본다.
임효정 기자 emy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