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안성기 "연기경력 59년, 아직도 설렌다"

신작 '사냥'서 거친 액션으로 열연

입력 : 2016-07-13 오전 10:37:58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안성기 앞에는 늘 '국민배우'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연기만 벌써 59년, 내년이면 60년이라는 기념비적인 경력을 갖게 된다. 1957년 영화 '황혼열차'로 데뷔해 아역으로 70여편, 성인으로 90여편에 출연했다. 국민배우라는 수식어가 당연하게 여겨지는 수치다. 오랜 시간을 연기에 쏟는 동안 그의 얼굴에는 주름이 잔뜩 파였다.
 
깊어진 주름 만큼이나 독보적인 관록을 자랑하는 안성기는 오랜만에 상업영화 주인공으로 나선다. 신작 '사냥'에서 젠틀하고 차분한 이미지를 벗은 그는 엽총을 든 뒤 야성미를 뽐낸다. 험해보이는 산을 뛰어다니다 못해 엎어지고 구른다. 환갑을 넘은 그의 에너지가 놀라울 따름이다. 외화 '테이큰'에 나온 리암 니슨의 한국 버전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다.
 
지금까지의 이미지와는 정반대의 역할로 관객과 만나고 있는 안성기를 최근 서울 삼청동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새로운 이미지에 본인도 흡족한 듯 연신 미소를 지었다. 안성기는 "아직도 새로운 역할을 만나게 되면 설렌다"며 웃어보였다.
 
배우 안성기.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나를 전면에 세운 역할, 흥분됐다"
 
'사냥' 속 안성기는 후배 배우들보다도 더 많이 뛰고 넘어진다. 그의 고생이 스크린을 통해 고스란히 전달된다. 3~40대 비교적 젊은 배우들보다도 더 힘들어보인다. 안성기는 "고생은 했지만, 이 역할로 인해 내 배역이 더욱 확장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젊었을 때도 이렇게까지 액션연기는 해보지 못했다.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힘들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그건 나중 문제였다. 이런 캐릭터를 만나는 게 더 앞선다"면서 "이 나이에 이런 연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흥분됐다. 이 영화 후에 이와 비슷한 액션을 할 수 잇을 것이라는 기대도 생겨, 더 열심히 뛰었다"고 말했다.

"내 또래의 배우들에게 절망과 희망 준 것 같다"
 
안성기와 비슷한 나이대의 연기자들은 대부분 주인공의 아버지나 할아버지로 나온다. 이번 기회를 커다란 행운이라고 표현한 안성기는 또래의 배우들에게 절망과 희망을 동시에 안겨준 것 같다고 표현했다.
 
그는 "외국에서는 내 또래의 배우들이 전면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액션이 아니더라도 그렇게 기획되기도 하는데, 국내 영화계에서는 많지 않다. 이번에 나한테 이런 기회가 온 건 행운"이라며 "내 또래의 배우들에게 희망과 절망을 준 것 같다. '운이 좋으면 저렇게 신나게 할 수 있겠구나'와 같은 희망과, '내가 과연 저렇게 뛸 수 있을까'에 대한 절망감이다"라고 말했다. 안성기는 이어 "이번 영화가 잘 되서 나이가 있는 배우들이 전면에 나설 수 있는 영화가 가끔씩이라도 기획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배우 안성기.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아직도 현장이 설렌다"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그는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 고생은 고생대로 했어도, 뿌듯했다고 한다. 기존에 접해보지 못한 캐릭터 덕분이라고 했다. 60년 가까운 경력에 안 해본 캐릭터가 없을 것 같은 그는 아직도 캐릭터에 '배가 고프다'고 말했다.
 
안성기는 "아직도 새로운 인물을 만나고 싶고, 새로운 세계에 뛰어들고 싶다. 그렇게 만나는 현장의 식구들, 새 사람을 만나고 싶다. 그리고 그 사람들과 새로운 관객을 만나고 싶다"며 "가수가 히트곡이 적은 경우에는 같은 노래만 엄청 불러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난 힘들 것 같다. 설레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배우는 매번 새로운 인물과 사람, 환경을 만난다. 모든 게 새로움의 연속이라서 늘 설렌다"고 말했다. 
 
함상범 기자 sbra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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