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증시 "조정" vs. "바닥다지기" 팽팽

강달러·기술주 하락·경기부양책 철회 등 유념해야
조정은 저가매수 기회 지적도

입력 : 2009-10-28 오전 9:23:38
[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간밤 뉴욕증시는 소비심리 악화로 혼조세를 보이며 마감했다. 다우지수는 이날 주요 지수 중 유일하게 상승했지만 1만선을 여전히 밑돌았다.
 
증시의 상승 탄력이 급격히 저하된 모습이다. 월가에서는 뉴욕증시가 조정 혹은 바닥 다지기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다만 조정이 저가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낙관적인 진단 또한 계속해 나오고 있다.
 
◇긍정적인 신호는 여전
 
이날 증시에선 사실 긍정적 소식도 없지 않았다. 특히 미 최대 반도체 업체 IBM은 이날 50억달러 규모 자사주를 추가 매입하겠다고 밝히며 이날 지수를 지지했다.
 
자사주 매입은 회사 주식 가격이 지나치게 낮게 평가됐을 경우 결정된다. 예외도 있겠지만 보통은 기업의 대차대조표가 탄탄해졌다는 신호로 여겨진다.
 
IBM은 이번 결정이 강력한 현금흐름과 주주보상 차원에서 나온 것이며, 이번 결정으로 올들어 총 92억달러 상당의 자사주를 매입하게 된다고 밝혔다. 
 
마이클 레빈 오펜하이머펀즈의 머니매니저 역시 "IBM의 자사주매입은 기업의 현금 흐름과 대차대조표가 견조하다는 좋은 신호"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실적보다 지표 주목
 
하지만 월가는 최근 기업 소식보다는 지표에 더 주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날은 특히 소비자 신뢰지수 하락이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컨퍼런스보드가 공개한 10월 소비자 신뢰지수는 예상과 달리 전달 53.4에서 47.7로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주택가격 지수의 경우 3개월 연속 상승했다. 하지만 상승에도 불구하고 월가에서는 주택가격 상승의 지속 가능성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주택 압류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다 주택 구입에 대한 세제 혜택 종료 여부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
 
이처럼 투자자들이 경제지표를 탐탁치 않게 보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강한 경기 회복에 대한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음을 시사하기도 한다.
 
◇조정 혹은 바닥다지기
 
이날 증시가 혼조세를 보이자 월가에서는 뉴욕증시가 조정 혹은 바닥 다지기 양샹을 보이고 있다는 진단이 속속들이 나왔다.
 
전 메릴린치 리서치센터 대표 데이비드 로젠버그 이코노미스트의 경우엔 "미 증시가 20%정도 고평가돼 있다"고 말했다.
 
'채권왕' 빌 그로스 퍼시픽자산운용 설립자도 "미 정부에 의해 지탱해 온 6개월간의 위험자산 랠리가 꼭지에 도달했다"고 언급했다.
 
◇조정의 구체적 징후들
 
전문가들은 조정의 구체적 징후의 하나로 달러 반등 기미를 꼽는다. 아닌게 아니라 그간 약달러에 힘입어 상승세를 보여왔던 미 증시는 연 이틀째 달러가 강세를 보이자 영 맥을 못 추는 모습이다.
 
안전자산 선호도가 높아진 것도 문제지만 전문가들은 달러 반등으로 그동안의 달러 캐리 트레이드가 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값싼 달러를 이용해 상품에 투자하며 랠리를 즐겨왔던 만큼 결국 자산 가격의 거품을 해소하는 과정을 겪게 될 것이란 진단이다.
 
또 한편에서는 기술주의 하락이 강세장의 끝을 의미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기술주는 그간 미 증시를 강력히 지지하며 주도주 역할을 든든히 해 왔지만 최근들어 상승 탄력이 줄었다.
  
이밖에 각국 중앙은행들이 경기부양책을 철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피터 부크바 밀러 타박 스트래티지스트는 "각국 중앙은행이 예외적인 경기 부양책을 철수하기 시작했다"며 "투자자들은 경기 개선의 지속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으며 아마 증시가 조정국면을 향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분석했다.
 
다만 투자자들은 증시의 이후 방향에 대해서는 여전히 엇갈린 판단이 나오고 있다는 점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일각에서는 주가가 이미 경기 회복을 크게 반영해 한동안은 진전이 없겠지만, 연말까지 조금씩 오를 것으로 본다는 지적도 여전히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조정이 저가 매수 기회라는 전문가들의 말에 유념하며 증시 움직임을 더 면밀히 살필 필요가 있다.
  
뉴스토마토 김나볏 기자 freenb@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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