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대우조선해양 매각 결렬을 둘러싸고 한화케미칼과 산업은행이 벌인 3000억원대 이행보증금 소송에서 한화케미칼이 막판 상고심에서 일부 승소하면서 이행보증금 중 일부를 돌려받게 됐다.
대법원
2부
(주심 김창석 대법관
)는
14일
한화케미칼(009830)이
"대우조선해양 인수계약 전 지급한 이행보증금
3150억원을 돌려 달라
"며 산업은행과 한국자산관리공사를 상대로 낸 이행보증금 반환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 원고 일부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
이번 사건은 매각 계약시 작성한 양해각서에 규정된 이행보증금이 위약벌이냐, 아니면 손해배상액의 예정이냐가 쟁점이었다.
위약벌은 계약 당사자가 계약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상대방에게 내는 일종의 벌금과 같은 개념이다. 때문에 손해배상과는 상관이 없고 당사자간 약정이기 때문에 감액할 수도 없다. 다만, 위약벌 금액이 사회상규상 지나치게 과도할 경우 위약벌 약정은 일부 또는 전부 무효가 된다.
반면, 손해배상액의 예정은 계약 당사자간 채무불이행이 있을 경우 채무자가 지급해야 할 손해배상액을 미리 정하는 것이다.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에는 법원은 이를 적당히 감액할 수 있다.
원심은 이번 사건의 이행보증금 약정을 위약벌로 봤지만 대법원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액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양해각서에는 이행보증금 몰취를 유일한 구제수단으로 규정하면서 별도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고, 당초 본입찰안내서에 첨부된 양해각서 초안에는 대우조선에 대한 확인실사와 가격조정 완료 후 최종계약을 체결하는 것으로 예정돼 있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런데 양해각서 협의 과정에서 피고 산업은행의 요구로 갑자기 양해각서 7조 4항에 확인실사 실시와 상관없이 2008년 12월29일까지 최종계약을 체결하기로 하는 조항이 삽입돼 거래구조가 근본적으로 변경됐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 과정에서 원고 한화케미칼은 확인실사 없이 최종계약을 체결하는 위험에 대한 합리적 판단을 하지 못한 채 계약체결의무를 부담했고 종전의 거래조건을 전제로 했던 이행보증금 몰취 약정까지 그대로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며 “그렇다면 명시적인 문언으로 규정됐더라도 이행보증금 약정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이런 사정과 함께 원고 한화케미칼이 막대한 이행보증금을 지급하고도 확인실사의 기회를 전혀 갖지 못했다는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보면 이행보증금 3150여억원 전액을 몰취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다른 취지로 판단해 이행보증금 전액 몰취를 긍정한 원심은 잘못”이라고 덧붙였다.
한화케미칼은 2008년 10월 대우조선해양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후 이행보증금 명목으로 총 인수금액의 5%인 3150억원을 산업은행에 냈다. 그러나 실사를 두고 대우조선 노조와 갈등이 생겼고, 관련 자료를 대우조선 측에서 제출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면서 결국 이듬해 1월 대우조선 인수계약이 결렬됐다.
이후 산업은행이 양해각서에 따라 우선협상자 지위를 박탈하고 이행보증금을 몰취했다. 그러자 한화케미칼은 인수계약 해제에는 산업은행도 책임이 있다며 이행보증금을 돌려달라고 법원에 조정을 신청했으나 무산되자 소송을 냈다. 1, 2심은 "우선협상자의 지위를 얻고서도 최종계약 체결 등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 한화케미칼에게 책임이 있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대법원 청사. 사진/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