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독자는 외면당한 출판시장의 공급률 싸움

입력 : 2016-07-17 오전 11:36:26
[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좀 올립시다. 우리도 먹고살기 힘듭니다." 
 
"절대 안 됩니다. 올리면 저희보고 죽으란 소리밖에 더 됩니까?" 
 
최근 도서 공급률을 둘러싼 출판계와 서점가 사이의 모습이다. 공급률을 올리자고 말하는 전자는 출판사, 수용 불가 입장을 내비치는 후자는 서점이다. 
 
공급률은 출판사가 서점이나 도매상에 책을 공급하는 가격을 정가로 나눈 비율이다. 공급률이 높아지면 서점은 더 비싼 값에 책을 사와야 한다. 반대로 출판사 입장에서는 더 좋은 가격에 책을 팔 수 있다. 양측의 의견차가 쉽게 좁혀지지 않는 이유다.
 
최근 공급률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올린 것은 문학동네였다. 대형 출판사인 문학동네는 최근 단행본의 도매 공급률을 60%에서 63%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염현숙 문학동네 대표는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콘텐츠 퀄리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양질의 책을 출간해도 초판조차 다 팔리기 힘든 현실을 알아달라는 것이었다. 
 
서점들은 비대위를 꾸리고 공동성명을 내며 즉각 반발했다. 독서인구가 줄어들어 안 그래도 먹고살기 힘든데 공급률을 올리면 동네 서점들에게 살지 말란 소리라며 하소연했다. 이번 인상이 궁극적으로는 대형 서점과 인터넷 서점을 겨냥한 것이라는 문학동네의 설명에 대해서도 명분을 만들기 위해 중소서점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문화산업도 '산업'인지라 수익성과 생존을 우려하는 양쪽 입장 모두가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공급률 논쟁을 보고 있노라면 왠지 씁쓸하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 출판사·서점·저자·독자라는 출판시장의 네 축 중에서 독자만 외면당한 논쟁이기 때문이다.
 
출판사와 서점 모두 도서정가제 이후 판매가 예전 같지 않아 살기 힘들어졌다고 한다. 독자들이 책을 사지 않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하지만 독자들도 할 말 많다. 할인 판매가 사라지면서 당장 영수증에 찍히는 가격은 더 비싸졌다. 독자들은 선택의 여지없이 비싼 가격을 수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책을 구하기도 힘들어졌다. 문학동네는 대형서점들과의 공급률 협상이 난항을 겪자 공급 중단이라는 카드를 꺼냈다. 현재 주요 서점 중에서 정상적으로 공급이 이뤄지고 있는 것은 협상을 마친 알라딘뿐이다. 
 
독자를 외면한 채 벌어지는 출판사와 서점은 밥그릇 싸움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인상이 필요할 정도로 공급률이 낮아진 것도 출판업계가 자초한 일이다. 애초에 제 살 깎아먹기 식 가격경쟁을 하지 않았다면 시장이 비정상적이 되지도, 독자가 피해를 볼 일도 없었을 것이다. 출판사와 서점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은 독자가 있기 때문이다. '먹고사니즘'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항상 생각해야할 존재, 독자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원수경 문화체육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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