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원석기자] 지난해 출범한 미국계 제약사
알보젠코리아(002250)가 야심차게 선보인 일반의약품 브랜드의 실적이 부진에 빠졌다. 의약품 생산과 판매를 외주화하는 독특한 전략을 시도했지만 국내 제약업계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실상 사업이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알보젠코리아는 2012년 근화제약에 이어 2014년 드림파마까지 인수하면서 국내 제약업계에 본격 진출했다.
사업 다각화를 위해 2014년 첫 프로젝트로 '알보'라는 일반의약품 브랜드를 런칭했다. 런칭과 동시에 알보콜드, 알보코프, 알보코프 포르테 감기약 3종을 출시했다. 향후 감기약, 진통제, 피부질환치료제, 뷰티 등 25여개 신제품으로 라인을 확대해 일반의약품 사업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알보는 국내 제약업계에서 시도하지 않은 사업 방식으로 주목을 끌었다. 알보젠코리아는 2~3명의 직원이 디자인, 가격, 마케팅 전략만 담당했다.
영진약품(003520),
대화제약(067080) 등 4개사가 OEM(주문자 상표 부착방식)으로 생산을 도맡았다. 판매는 도매업체와 손을 잡았다. 복산약품, 동원약품, 송암약품, 유진약품, 인천약품, 태전약품, 티제이팜 등 7개 도매업체와 공동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이런 외주화 전략은 일반의약품 사업의 인프라가 없었기 때문이다. 근화제약과 드림파마는 전문의약품 위주로 사업을 영위하는 제약사다. 일반의약품에 진출하려면 생산 시설과 더불어 약국 영업망이 필요하다.
외주 생산은 제약업계의 흔한 협업 방식이다. 하지만 도매업체와 전담 판매 제휴는 드문 경우다. 도매업체는 약국 영업망을 보유하고 있어 일반의약품 판매망으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실적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판매되고 있는 10개 제품들은 각 연 1억원도 팔지 못했다. IMS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알보펜디'가 7700만원, '알보펜덱시'가 5800만원, '알보펜빌'이 5700만원, '알보펜비'가 4500만원 등에 그쳤다.
알보 브랜드의 시장 참패는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대부분 신제품들이 감기약 위주로 구성돼서 유사 제품과 차별성이 없었다. 감기약 시장이 포화 상태인 것도 문제였다. 생산 외주를 주다보니 원가가 높아 도매업체들에게 마진이 적었다. 판매 수익이 보장되지 않아 도매업체들이 적극적으로 판매와 영업 활동을 하는 데 제한이 있었다. 대대적인 광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인지도도 낮았다는 것도 요인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일반의약품 사업에 뛰어드는 전략이었으나 사실상 실패했다"며 "제품의 차별성도 없고 대중광고도 부족했기 때문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지난 2014년 열린 '알보' 런칭쇼에서 이주형 전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알보젠코리아)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