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가전이 돌아왔다. 세련된 디자인과 혁신적 기능을 담은 프리미엄 제품의 인기로 수익성 악화의 주범에서 전체 실적을 받쳐주는 효자로 재탄생했다.
삼성전자(005930)는 소비자가전(CE) 부문이 지난 1분기 흑자전환했고,
LG전자(066570)는 홈엔터테인먼트(HE)와 홈어플라이언스&에어솔루션(H&A) 사업본부가 모바일 부진을 상쇄시키며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
지난 7일 삼성전자는 2분기 매출액 50조원, 영업이익이 8조1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2년여만에 영업익 8조원대 고지를 회복했다. 일등공신은 단연 갤럭시S7이지만 CE부문도 이에 못지않은 공을 세운 것으로 평가된다. 증권가가 바라보는 CE부문의 2분기 영업이익은 1조원 전후다. 1조원을 넘는다면 2009년 2분기 이후 7년만의 대기록이다. 영업이익률 역시 두 자릿수에 육박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2분기의 1.9%와 비교해도 괄목할 만한 성장이다.
가전의 부활은 LG전자에서 더욱 명확하게 드러난다. 지난 1분기 LG전자의 HE사업본부와 H&A사업본부가 합작한 영업이익은 약 7400억원. 전체 영업이익 5052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 사업본부에서 2000억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음에도 2년만의 최고실적을 낼 수 있었던 데에는 가전의 역할이 컸다. 영업이익률에서도 HE(7.7%)와 H&A(9.7%)는 월등했다. 특히 지난해 상반기 900억원에 가까운 적자를 기록했던 HE의 회복이 두드러졌다. 가전 성수기로 분류되는 2분기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증권가에서는 HE 3400억원, H&A 4700억원 정도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양사 모두 프리미엄 전략이 적중했다. 디자인과 실용적 기능을 겸비한 제품들이 높은 가격에도 잘 팔렸다. LG전자가 지난 3월 초프리미엄을 표방해 내놓은 'LG시그니처'는 냉장고, 세탁기, OLED TV, 공기청정기 등 4개 제품군 구입에 2500만원이 들지만 예상보다 2배 이상의 성과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의 쉐프컬렉션과 패밀리허브 냉장고, 퀀텀닷 SUHD TV 등도 출시 이후 꾸준한 인기다. 프리미엄 제품의 판매 호조는 수익성 제고 외에 파생 라인업의 동반성장으로도 이어졌다. 이를테면 LG 시그니처의 인기로 트윈워시 세탁기나 다른 OLED TV를 찾는 고객들도 많아지는 식이다.
LG전자의 초프리미엄 가전 'LG 시그니처'는 비싼 가격에도 당초 목표치의 2배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사진은 'LG 시그니처' 체험존의 모습. 사진/LG전자
소비 측면에서도 가전 호황을 뒷받침한다. 유로2016, 브라질올림픽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와 예년보다 이른 더위 등 소비를 자극할 만한 요인들이 즐비한 가운데, 무엇보다 때맞춰 제품교체 주기가 찾아왔다. 양문형 냉장고, 스탠드형 에어컨 등이 일반 가정에 대거 보급된 시점이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임을 감안하면, 최소 10년 이상된 가전 교체수요가 시장에 꾸준히 유입되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체 가전 판매를 100이라 본다면 그중 절반이 교체 수요"라며 "제품의 성능과 편의성을 경험했던 고객이 노후화된 제품을 바꾸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고 설명했다. 신제품은 전력 소모가 적고 효율이 좋아 초기 투입비용이 들더라도 1~2년 내에 보전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고객도 늘고 있다. 여기에 제품의 혁신이 빨라지며 교체 주기도 덩달아 짧아진 점 역시 가전 매출 확대의 한 원인으로 분석됐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은 덤이다. 정부는 이달 초부터 3개월간 에너지 효율 1등급 가전에 대해 1인 최대 20만원까지 구매 금액의 10%를 환급해주고 있다. 대상은 에어컨, 냉장고, 김치냉장고, TV, 공기청정기 등이다. 삼성전자의 무풍에어컨 Q9500, 셰프컬렉션 냉장고 등 총 138개 모델과 LG전자의 에어컨, 김치냉장고 대부분의 제품이 포함된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