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용민기자] 한바탕 폭풍처럼 몰아쳤던 친박계의 총선 공천 개입 ‘녹음 파일’ 파문이 다른 이슈에 밀려 묻혀가고 있다. 새누리당 지도부도 이 문제를 키울 생각이 없기 때문에 진상 조사 없이 흘러갈 수도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25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 지도부 차원에서 녹음 파일을 선관위에 고발 의뢰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럴 생각이 없다”고 일축했다. 지도부 차원에서의 논의 여부에 대해서도 “그런 논의를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당 차원에서 더 문제를 키우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선관위는 전날 새누리당이 당 차원에서 조사를 의뢰할 경우에만 조사에 착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정 원내대표의 태도로 볼 때 새누리당의 의뢰 가능성은 희박하다. 결국 선관위 조사는 물 건너 갈 공산이 크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선관위의 입장에 크게 반발했다.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불법이 자행됐을 수 있는 정황을 인지했으면 바로 조사하는 게 선관위가 할 일이지 내부에 고발이 있어야 할 수 있다고 하면 선관위가 왜 필요하느냐”고 지적했다.
그나마 남은 관심은 당 중앙윤리위원회 차원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이다. 이진곤 윤리위원장은 오는 27일 첫 회의에서 이 문제를 다루겠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이날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국민적인 관심이 높은 사건에 대해 중앙윤리위원회가 논의하지 않고 그냥 넘어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논의는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윤리위 차원에서 다뤄야 할 문제인지, 윤리위가 징계 등을 건의할 수 있는 사인인지에 대해 전반적인 논의를 하겠다는 뜻”이라고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런 분위기가 감지되자 비박계는 비판의 고삐를 죄었다. 당대표 후보로 나선 김용태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그간 당을 어떻게 사당화하고 권력을 떡 주무르듯 했는지 다 드러나지 않았느냐”며 “이런 문제들은 땅에 덮는다고 묻혀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진실을 땅에 묻으면 나중에 그것이 점점 자라나서 한번 터지면 모든 걸 휩쓸어버린다”고 말했다.
김희옥 새누리당 혁신비대위원장(오른쪽)과 정진석 원내대표가 25일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