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용민기자] 대통령 직속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우병우 민정수석의 의혹에 대한 감찰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뜨겁다. 야당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고, 우 수석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한 수사가 아니냐는 의심 어린 시선도 있다. 국민의당은 긴급 공개간담회까지 열면서 우 수석 사건 및 진경준 검사장 구속과 관련한 검찰개혁 방안을 모색했다.
야당은 우 수석에 대한 특별감찰의 조사 사실이 알려진 26일 일제히 핵심 내용이 빠진 ‘시간벌기용 감찰’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7월 말, 8월 초까지 우 수석이 자진 사퇴하지 않으면 이제는 국회가 나서겠다”고 말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현행 감찰관법상 의혹의 핵심인 우 수석 처가의 부동산 거래 조사가 빠진 '앙꼬 없는 찐빵' 감찰”이라며 “뒷북 감찰에 검찰의 수사 시간 벌기용”이라고 지적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정작 문제가 되고 있는 넥슨과 우 수석 처가와의 부동산 거래, 진경준 검사장 사건과의 연관성 등은 애초부터 수사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라며 “전형적인 세탁용 감찰에 불과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특별감찰관은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따라 설치한 제도로 집무상 독립성을 보장받아 대통령의 친인척과 수석비서관 이상의 비위 행위를 감찰할 수 있다. 특별감찰관제 도입 이후 현직 청와대 수석비서관 등 고위공직자 감찰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문제는 현재 특별감찰관이 진 검사장 승진 과정에서 우 수석이 관여했는지 여부, 우 수석 아들의 의무경찰 보직 변경 특혜 여부, 우 수석 처가 가족 회사 재산 축소 신고 여부 등만 조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요한 쟁점인 우 수석과 진 검사장의 관계나 우 수석 처가의 강남 부동산 매매 과정에서 나타난 의혹에 대해서는 현직에 있을 때 발생한 일이 아니라는 이유로 감찰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러자 특별감찰관의 감찰이 우 수석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진 검사장과의 관계나 우 수석 처가와 넥슨의 부동산 거래 의혹 등 가장 중요한 핵심 내용은 빼고 감찰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감찰 결과가 나오면 진 검사 등에 대한 검찰 수사의 가이드라인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우 수석에 대한 의혹이 새롭게 추가됐다. 동아일보는 이날 박근혜 정부에서 해양수산부 장관을 역임했던 친박 핵심 유기준 의원이 지난해 1월 우 수석의 아들을 정식 절차 없이 인턴으로 채용한 사실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유 의원은 우 수석의 부탁으로 아들을 채용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우 수석의 아들이 인턴으로 채용된지 2달 만에 유 의원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검증을 통과해 해수부 장관에 임명됐다.
국민의당은 이날 우 수석과 진 검사장의 비리 의혹 등을 계기로 검찰개혁 방안 모색을 위한 긴급 공개간담회를 열고 기존 검찰개혁 방안의 재평가, 기소독점주의 보완책 마련,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검경 수사권 독립 문제 등을 논의했다.
김성식 정책위의장은 토론회에서 “4000원을 더 받고 암표를 팔았던 사람을 구속했던 (진경준) 검사장이 자신은 100억대 넘는 재산을 축재하는 일이 벌어졌다”며 “국민은 검찰개혁 약속이 이제까지 지켜지지 못한 데 대해 더욱 더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민의당은 공수처 도입뿐 아니라, 검찰 권력이 근본적인 견제를 받지 않은 이 상황 자체가 해결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문제 의식을 갖고 있다”며 “이제까지 논의돼 왔던 수사권과 기소권의 단계적 분리 문제, 내부 감찰 기능과 외부견제 기능까지 포함해 폭넓은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당은 이날 토론회 내용 중 공수처 신설 문제 등은 당내 테스크포스(TF)에 그 내용을 적극 반영할 방침이다. 아울러 TF를 통해 정리된 내용은 다른 야당과 함께 협의를 거쳐 단일 법안으로 발의할 계획이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