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용민기자]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결국 새누리당 8·9 전당대회 대표 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대권 주자 가능성을 열어 놓는 선택이지만 당내 혼란만 가중시키고 변죽만 울리다 물러났다는 점에서 총선 패배에 이은 또 한번의 치명상을 입었다. 결국 대권 가도는 더 어두워졌다.
김 전 지사는 27일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새누리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며 “대한민국 발전과 새누리당 성공을 위해 백의종군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측근들과 모임을 갖고 출마를 심각하게 논의했지만 당권보다 대권에 도전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듯하다. 김 전 지사가 전대 불출마를 선언한 결정적인 이유는 친박계와 비박계 양측 모두에서 부정적인 시그널이 나왔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김 전 지사는 당권 도전을 위해 양 계파 모두에 도움을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계인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과 비박계의 김무성 전 대표에게 연락해 자신의 출마에 대한 의견과 협조를 요청한 것이다.
그러나 김무성 전 대표 측은 지난 25일 김 전 대표가 김 전 지사에게 출마를 권유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즉각 사실이 아니라는 보도자료를 냈다. 김재원 수석은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김 전 지사가 출마에 대한 의견을 물어와 부정적으로 답했다고 밝혔다. 보도를 해명하는 형식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친박계와 비박계 모두 김 전 지사를 비토하는 모양새가 됐다.
특히 김 전 지사가 26일 오전 출마를 공식화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지만 25일 김 전 대표 측의 해명이 나오면서 주춤하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이후 김재원 수석까지 가세하면서 김 전 지사는 결국 뜻을 접은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김 전 지사가 총선 패배 못지 않은 상처를 입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27일 페이스북에 “김문수 전 지사 당권 불출마 선언! 참 딱합니다”며 “혁신의 깃발은 버리고 친박, 비박 양다리 걸치려다가 낙동강 오리알 되셨군요”라고 비판했다.
친박계 핵심으로 당권 도전을 저울질하던 홍문종 의원도 이날 결국 불출마를 선언했다. 홍 의원은 입장자료를 내고 “당대표 선거 출마 의사를 접고 선당후사의 충심으로 백의종군의 길을 선택하겠다”며 “불출마 결단이야말로 당의 새로운 미래를 위한 선택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친박계 가운데 주류는 끝내 당권 후보를 내지 못했다. 전당대회 이후 친박계 주류의 움직임에 관심이 쏠린다.
김 전 지사와 홍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새누리당 전당대회는 더 이상 누군가의 출마설로 혼란을 겪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출마를 공식 선언한 6명은 ‘컷오프’ 없이 그대로 본선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계파간 유력 주자들의 불출마 선언으로 현 후보들 간 세몰이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대표 주자인 이주영·정병국·한선교·이정현·김용태 의원은 이날 종로 당원협의회를 방문해 오세훈 당협위원장과 당원들을 만나 지지를 호소했다. 이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만큼 단일화 논의가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지만 당원들과 덕담을 나누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홍문종 의원도 대표 출마를 포기함에 따라 '친박 주류'가 후보를 내지 않는 전당대회가 됐다. 홍 의원이 지난 2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동료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스1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