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용민기자] 새누리당은 31일 경남 창원에서 권역별 합동연설회를 개최하고 본격적인 당권 레이스에 돌입했다. 이정현·이주영·정병국·주호영·한선교 의원 등 당권 도전자들은 이날 첫 합동연설회를 통해 자신의 선명성을 강조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후보들은 계파 청산을 한목소리로 외치면서도 상대 계파에 대한 견제도 잊지 않았다.
첫 연설자로 무대에 오른 한선교 후보는 “당대표에 당선되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 반대 시위가 계속되는) 성주로 내려가 주민들과 함께 밤을 새며 이야기를 나누겠다”며 “물세례를 맞고 계란을 맞아도 좋다. 박근혜 대통령을 대신해 주민들과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정병국 후보는 박 대통령의 탈당을 주장한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향해 “더 이상 공작정치적 막말을 중단하라”고 말했다. 친박계를 향해서는 “박 대통령을 새누리당 대통령도 모자라 친박 대통령, 진박 대통령으로 옹색하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이주영 후보는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분열의 정치로 참패했는데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비박 단일화'라는 유령이 지금 이 순간에도 새누리당을 떠돌고 있다”고 공세를 폈다. 정병국 후보는 지난 29일 여론조사를 통해 김용태 의원과 단일화에 성공했다.
주호영 후보는 “이 정부에서 불통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을 한다. 불통이 문제라면 이정현 후보가 소통의 책임자였다는 점에서 책임이 크다고 본다”며 경쟁 후보 이름을 직접 거론했다. 주 후보는 아울러 “세월호 사건으로 초기 국정동력을 모두 상실했다. 세월호 사건을 책임져야 할 장관이 누구인가”라며 세월호 사건 당시 해양수산부 장관이었던 이주영 후보를 겨냥했다.
이정현 후보는 “국회의원 스스로 개혁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국회 70주년 때 총정리 국민위원회를 만들어 제대로 국회를 개혁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당정청 회의도 바뀌어야 한다. 정부에 대한 협조와 견제를 동시에 잘 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첫 연설회는 당권 경쟁의 초반 판세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평가된다. 새누리당의 대구·경북(TK)과 부산·경남(PK) 등 영남권 책임당원은 14만7000명에 이른다. 투표권을 가지고 있는 책임당원(30만여명)의 절반에 가깝다.
정병국 후보와 김용태 의원의 단일화에 이은 추가 단일화가 이뤄질 수 있을지도 관심이 쏠린다. 현재 정 의원과 주호영 의원 사이의 단일화 추진설이 솔솔 피어나고 있다. 주 의원은 “명분과 시기 등에서 견해가 다르다”며 완주 의사를 밝히긴 했지만 후보 등록 이후 기자들과 만나서는 “선거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단일화를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최고위원 선거에는 강석호·조원진·이은재·이장우·정용기·함진규·최연혜 의원, 정문헌 전 의원 등 8명이 출마했고, 청년최고위원에는 이부형 중앙청년위원장, 유창수 글로벌정치연구소장, 이용원 사회안전방송 대표 등 3명이 나섰다.
친박계는 당대표를 비박계에 내주고 대신 최고위원을 장악해 당내 영향력을 유지한다는 구상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원진, 함진규, 이장우, 정용기(청년), 최연혜 의원(여성) 등 친박계 후보들이 두루 분포해 있다. 이들 5명이 최고위원이 되면 친박계가 최고위원을 장악하는 시나리오는 현실화된다. 비박계로는 강석호, 정문헌, 이은재 의원 등이다.
비박계 강석호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최고위원 자리는 특정 계파의 전유물이 아니다”라며 “정정당당한 최고위원 경선을 주문한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은 창원에 이어 전북 전주(8월3일), 충남 천안(8월5일), 서울(8월6일) 등에서도 합동연설회를 진행한다.
새누리당 전당대회에 출마한 당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들이 31일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영남권 합동연설회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사진/뉴스1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