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기자] 서울시 금천구 가산동 등 10개 지역이 우범지대에 강도나 성폭력 범죄를 예방하는 디자인을 적용해 실제 범죄를 줄이고 있다.
시는 우범지대 환경을 개선해 강도나 성폭력 같은 범죄를 예방하는 내용의 ‘범죄예방디자인(CPTED)’을 금천구 가산동 등 6곳에 추가로 조성 완료했다고 4일 밝혔다.
앞서 마포구 염리동, 관악구 행운동, 중랑구 면목동, 용산구 용산2가동 4곳에 범죄예방디자인을 조성한 바 있어 범죄예방디자인은 모두 10곳으로 늘어났다.
범죄예방디자인(CPTED, 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은 디자인을 통해 범죄 심리를 위축시켜 범죄발생 기회를 사전에 차단하고 예방한다.
새로 조성된 6곳은 ▲금천구 가산동 ▲강북구 삼양동 ▲노원구 상계3·4동 ▲동작구 노량진1동 ▲성북구 동선동 ▲양천구 신월3동 등이다.
이들 지역은 여성 1인가구가 밀집했거나 주취폭력 빈번지역, 공·폐가 밀집지역, 외지인 갈등지역, 고시촌, 소공장 밀집지역 등이다.
시는 6개 각 지역의 사정을 잘 아는 주민, 자치구와의 함께 지역 현황을 진단·분석해 시설물 설치 및 유지관리 계획을 세우고 특성에 맞는 디자인을 개발해 적용했으며, 커뮤니티 공간 ‘지킴마루’를 조성했다.
주택과 영세 소공장이 혼재돼 있어 야간 인적이 드문 금천구 가산동은 막다른길 앞에 조명에 필름을 붙여 바닥 등에 문자를 비추는 고보조명을 설치하고 바닥선을 도색했다.
너무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던 좁은 골목길에는 선으로 연결된 LED 조명을 설치하고 걸어가는 동안 클래식 음악을 내보내 보행자에겐 심리적 안정, 범죄자에겐 심리 위축 효과를 유도했다.
폐가가 많아 시각적으로 무질서했던 강북구 삼양동은 유휴공간을 텃밭으로 개선, 아이들의 체험학습 공간으로 활용했다.
흉물스럽게 방치됐던 공·폐가는 안전 가림막을 설치해 마을 게시판이나 주민 갤러리 등으로 활용하고, 향후 서울시 리모델링 후 어르신, 청년 등에게 저렴한 임대주택으로 공급될 예정이다.
개발이 지연되면서 노후·슬럼화되던 노원구 상계3·4동은 외부인들이 길을 헤매다 주민 주거지역으로 들어가 갈등을 빚는 일을 막기 위해 게이트 도색, 출입금지표시, 비상부저 등으로 주민 주거지역을 보호했다.
주민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계단 마을계단에는 중간 중간에 쉼터를 설치해 어르신들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하고 계단을 비추는 조명과 고보조명 등을 활용해 야간에도 밝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고시원 밀집지역인 동작구 노량진1동은 주민과의 갈등 요인이었던 노상흡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흡연구역을 별도로 설정하고 바닥도색과 표지판 등으로 안내해 흡연자와 비흡연자를 동시에 배려했다.
고시촌 진입 안내표시과 에티켓 표시를 곳곳에 부착하고, 계단 탁자 등 휴게시설을 신설해 휴식 및 스트레스 해소 공간으로 사용하도록 했다.
여성 1인 가구 거주 비율이 높은 성북구 동선동은 옹벽과 바닥에 조명을 설치해 어두웠던 골목길을 밝히고, 곳곳에 설치된 안전 확성기는 버튼을 누르면 위급시 이웃에게 큰 목소리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주택과 주택 사이 좁은 공간에는 외부인이 침입하지 못하도록 펜스를 추가로 설치하고 노란색으로 도색해 눈에 잘 띄도록 했다.
양천구 신월3동은 취객이 몰리던 경인어린이공원에 트랙을 조성하고 음주공간이 됐던 벤치 대신에 운동기구, 놀이기구 등을 설치해 아이들과 주민들이 마음 놓고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기능을 못하던 방범초소를 없애고 컨테이너박스를 활용한 ’신월동 지킴마루‘를 설치해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공원을 감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기존 4개 지역에서 주민 호응과 효과가 높았던 CCTV, 비상벨 도색, 현관문 미러시트(외부인 침입 확인), 주차장 벽면 반사띠 등은 6개 지역에 기본 항목으로 공통 적용했다.
서울시는 올해도 ▲서초구 반포1동 ▲성동구 용답동 ▲송파구 마천2동 ▲구로구 가리봉동 ▲중구 신당동 등 5곳에 범죄예방디자인을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실제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이미 범죄예방디자인을 적용한 4곳의 범죄예방 효과를 조사한 결과, 중랑구 면목동을 제외한 3개 지역에서 112 신고 건수가 줄었으며 면목동도 서울시 전체 평균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중랑구 면목동은 112 신고가 급증했음에도 불구하고, 2013년 대비 2015년에 살인, 강도, 성폭력 등 강력범죄가 30% 이상 감소했다.
이는 오히려 주민들의 경계심이 증가되어 범죄억지력이 효과를 본 지역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특히, 용산구 용산2가동의 경우 강도, 성폭행 같은 중요범죄가 22.1%나 감소했으며, 폭력 등 기타 범죄도 12.9%나 줄어 가장 큰 폭의 감소율을 보였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박준휘 박사는 “주민들이 느끼는 범죄 불안감과 사회 기초질서 확립 부분에서 매우 긍정적 효과를 보였다”며 “경범죄를 방치하면 중범죄가 되는 것을 감안할 때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노후 벽면을 도색해 범죄예방디자인을 적용한 강북구 삼양동의 모습.사진/서울시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